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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공구 삼남매의 어리다고 무시못할 장사법


어리다고 무시 말아요!
 
공구 삼남매의 무시 못 할 장사법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아니,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젊은 나이에 똑 부러지게 장사하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트리며 매장을 운영해 온지 어느덧 1년. 복잡한 공구상 일에 우왕좌왕 할 때도 많았고 진상 손님 탓에 상처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들이 성장을 위한 밑받침이었다 말하는 공구 삼남매의 마음가짐과 손님 다루는 장사법.
 

2세 경영인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책임의식
 
익산시 인화동으로 옮긴 가게에서 일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이제 얼추 자리도 잡았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뿌듯하고 또 한편으론 우리들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우리처럼 그 사업을 물려받는 사람들이 아무리 없어도 몇은 보일 것이다. 그런데 물려받는 사람의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물려받을 건데 물려받으면 내가 사장이고 대장이지’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내 것이니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더 크게 키워내야지’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태도는 너무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2세든 3세든 물려받게 된다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는 공구상 합류 초기부터 그렇게 해 왔다. 청소하며 물건의 종류를 익히고, 진열과 심부름을 통해 위치를 알아 갔다. 사용법은 방문한 손님들에게 물어 배우거나 전문가인 부모님이 손님을 대할 때 어깨 너머로 보면서 공부했다.
우리 삼남매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희는 취업 걱정 없으니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는 게 아니라 이 업계에서 앞서가기 위해, 더 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또 준비하고 있다. 우리들과 같은 2세 경영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책임의식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삼남매는 부모님께서 씨를 뿌리고 키워 온 이 사업을 더욱 더 무럭무럭 키워내기 위해 오늘도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하는 중이다.

 
공구상은 서비스업! 서비스 정신은 필수!
 
공구상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기술직이기도 하고 또 사무직이기도 하며, 하루 종일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이기도 하다. 또한 용접선을 고객이 원하는 길이에 맞춰 잘라 조립해 주거나 원하는 걸 만들어 줄 때는 제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공구상은 고객과의 만남이 굉장히 잦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며 따라서 서비스 정신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처음 오신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우리의 어린 모습 때문에 ‘잘 모를 테니까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곤 한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 친절하게 고객의 어떤 문의에도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조금씩 서비스 정신이 생겨나는 것 같다. 다른 게 아니라 손님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찾아 주고 권해 주는 것. 그러면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바로 서비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 간 우리 공구삼남매가 공구상을 운영하면서 익혀 온 고객을 위한 서비스 방법에 대해 전달하고자 한다.
 
다른 업체 소개는 단골 확보의 또다른 방법
 
공구상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물건들을 찾는 수많은 분들이 다녀가신다. 그로 인해 가끔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 때가 있다. 품목 다양화에 열심히 힘을 쓰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없는 물품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가 그렇다.
그런 때에는 “죄송합니다만 저희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그 부분까지는 갖추어 놓질 못했습니다. 다음번에 혹시라도 다시 오셨을 때는 그 물건을 드릴 수 있도록 미리 주문해 놓겠습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괜찮으시면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다가 입고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재방문을 이끄는 방법을 쓴다. 
매장에 고객이 찾는 품목을 가져다 놓을 계획이 없을 경우에는 다른 매장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쩌면 ‘나에게 이득도 없는데 뭐 하러 다른 업체를 소개시켜 줘?’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또한 우리 매장의 이미지 확보에 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을 다니면서도 우리가 다루는 품목이 아닌, 우리 매장에는 없는 품목을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들을 눈여겨보고 기억해 두려 한다. 나중에 그 품목을 찾는 고객이 방문했을 때 소개시켜 드리기 위해서다.
이처럼 다른 매장을 소개라도 시켜드리면 고마워서라도 다음에 재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단골을 늘려가는 것이다. 정말로 그런 분들에게 왜 다시 오셨느냐 여쭤 보면 ‘자세히 설명도 해 주고 또 구할 수 있는 곳을 소개까지 시켜 줘 고마워서’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니까 손님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편으로 만드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가격 깎아달라는 손님에겐 더 좋은 서비스를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비싸다”라는 말과 “여기는 없네”, 그리고 “가격좀 깎아주세요”라는 말일 것이다. 그 중에서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씀을 할 것 같은 손님이 보일 때면 나는 그 손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음료수 한잔 하시죠?” 혹은 “원두커피 드세요? 믹스커피 드세요?”
그러면 손님은 일단 ‘서비스가 좋네’라는 생각을 하게 돼, 깎아달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 방법은 나 역시도 음식점을 갔을 때 종업원들이 서비스가 좋으면 비싼 음식을 먹어도 비싸단 생각보다 ‘서비스도 좋고 맛도 좋네’라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온 적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생각한 방법이다. 
역시나 효과가 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깎아달라고 말을 하지 않거나, 또는 했다가도 죄송하다고 말씀했을 때 웃으며 기분 좋게 그냥 계산을 하시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작은 서비스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가게 이미지와 함께 손님의 마음까지도 끌어오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변심으로 교환 요구하는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원래 규칙대로라면 구매 후, 일주일이 지난 뒤의 반품이나 교환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단순변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당하게 반품 또는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있다. 그럴 때는 먼저 정중하게 원래 규칙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제품에 별 이상이 없을 시에는 그냥 교환이나 반품조치를 해 드리며, 다음부터는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다. 이런 규칙을 만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품이 판매되면 새로운 재고로 그 자리를 채우는데 반품이 들어오게 되면 재고초과로 공간의 활용 효율성을 저해한다. 또한 교환이나 반품조치로 인해서 다시 들어오게 된 제품은 재판매를 위해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낭비도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하면서 이에 대한 공지를 미리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 이후에 반품이나 교환을 위해 제품을 다시 가져오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현장에서 가져간 제품의 경우 많이 남을 경우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태가 멀쩡하다면 필요한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것은 재량 것 하고 있다. 너무 날카로우면서 차갑게 할 필요도 너무 친절하게 따뜻하게 할 필요도 없는 부분으로 딱 중간 정도로 처리하는 것이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좋은 효과를 준다. 
정직함이 싼 가격 판매보다 더 중요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정직함이 중요한 것 같다. 장사를 하며 가장 나쁜 것은 나보다 모른다고 해서 손님을 속여서 팔거나, 자기도 잘 모르면서 마치 이게 좋은 것처럼 거짓으로 설명하여 판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선 우리 부모님이 덕목으로 지금까지 고집하시던 정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삼남매도 역시 그 덕목을 이어받아 정직한 장사꾼이 되려고 한다. 거짓 없고 친절한 그런 공구삼남매가 되려 한다.
 
이번 연재가 우리 좌충우돌 공구삼남매의 마지막 연재다. 지금까지 1년 동안 저희 공구삼남매를 사랑해주신 많은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고 배워서 더 멋진 공구삼남매가 되겠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그리고 이런 기회 만들어준 공구사랑에도 너무나 감사드린다.



글_김남현(익산 삼흥공구)·진행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