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건설사 납품으로 4년만에 고속성장 전남 나주 브이스틸
건설사 납품으로 4년만에고속성장
전남 나주 브이스틸 정승현 부장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전남 나주. 영산강변을 따라 한가롭게 이동하다 보면 영산대로 길목에 위치한 커다란 공구상과 마주하게 된다. 최근 고속성장해 전라도와 충청도까지 입소문이 난 ‘브이스틸’이다. 7평짜리 좁은 매장에서 300평 규모의 복합 4층 건물로 옮기기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속도로와 가깝고 시내로 들어가는 강변대로 목 좋은 곳에 위치해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둔치공원도 인접해 환경도 쾌적하다. 무엇하나 손색없이 매장을 꾸리고 있는 이들의 성장 비결에 주목해 보자.
4대강 공사 덕분에 자리잡아
전남 나주시 삼영동 영산강 둔치공원을 끼고 위치한 브이스틸. 전남에서도 보기드문 큰 규모의 공구상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 총면적만 300평. 게다가 인근에 천 평짜리 야적장도 있다고 하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규모면에서 일단 놀란다. 브이스틸의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승현 부장은 브이스틸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일체를 손수 꾸려왔다.
“처음에는 7평짜리 철물점으로 시작했어요. 지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죠.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 규모는 상상도 못했어요. 전부 자형과 누님 덕분이에요.”
좁은 철물점에서 큰 매출은 상상하지 않았지만 자형의 사업적 수완과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호기가 됐다.
“처음 몇 달은 한달에 10만원, 20만원밖에 못 벌었어요. 다행히 4대강 공사업체에 납품을 성사하면서 자리가 잡혔어요. 그래서 목표도 크게 잡았죠. 4년 안에 무조건 지역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
브이스틸은 처음에 중장비 사업을 하던 정도혁 대표가 주축이 되어 누님과 정승현 부장이 함께 시작했다. 세 사람은 나주 토박이로 같은 동네,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한 가족처럼 큰 사이다. 정승현 부장은 자형을 친형님처럼 따랐기에 그의 사업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매장이 자리를 잡은 현재 자형은 본인 사업에 주력하기로 해 지금은 정 부장이 운영 전반을 도맡고 있다.
‘당하면서’ 배운 경영 노하우
정승현 부장은 원래 아파트 공사 골조 전문가다. 이것이 매장 운영에는 큰 도움이 됐다.
“공사 현장에서 일해서 다행히 공구 종류를 익히거나 배우기가 훨씬 쉬웠죠. 일반적으로 취급을 해왔던 물건들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스케일이 커질지는 몰랐어요. 철물과 공구는 취급 품목이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나 운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사업 영역에 잔뼈가 굵은 자형, 정도혁 대표도 처음에는 우왕좌왕했다고 하니 형님만 믿고 공구상에 뛰어든 정 부장인들 오죽했을까.
“말 그대로 처음에는 ‘많이 당했’어요. 매입매출을 모르니까 천원짜리를 오천원에 팔면 우린 그냥 사는 거예요. 우연히 다른 곳에서 같은 물건이 더 싸게 팔리는 것을 알고 깨달았죠. 비교 견적이 중요하구나. 당하면서 배운 거예요.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된 거고요.”
이런 경험 때문에 브이스틸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야박하지 않다. 오히려 작은 철물점이라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 있다면 대신 공급해 주기도 한다.
“그래도 말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요. 사실 시간이 약이더라고요. 누가 단기간에 알려준다고 저절로 배워지지 않는 것도 분명 있거든요.”
박리다매와 건설 납품으로 고속성장
나주에는 지역에서 오래된 공구상들이 꽤 있다. 그들의 전통과 인맥, 선점효과 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 나주의 수요자들이 더 싸게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광주 공구단지로 간다는 것에 착안하여 브이스틸은 박리다매를 택했다. 광주의 시장가격을 경쟁자로 삼고 발주와 납품에 박차를 가했다.
“영업자들이 놀랄 정도로 물건 발주를 많이 합니다. 1,2백 단위가 아니에요. 7평짜리 쪼그마한 공구상에 월매출이 1억이 넘었다고 하면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어요. 자료까지 다 남아 있는데... 하하.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납품을 뚫고 나니까 매출이 확 오른 거죠.”
7평에서 소매 판매는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건설 현장 대규모 납품이 박리다매를 가능하게 했다. 싸기 때문에 납품에 더 유리한 것도 마찬가지.
“삽이나 망치 같은 기본아이템을 뽑아서 최소 마진으로 견적서를 만들어서 찾아갑니다. 한번이라도 더 인사하고 꾸준히 찾아가다 보면 거래가 성사되죠. 중요한 것은 무조건 솔직하게 적어야 된다는 겁니다. 추후 가격변동이 있더라도 견적서에 적인 품목과 가격은 반드시 그대로 공급해야 신뢰가 쌓이거든요.”
납품처에 대한 현장 밀착형 서비스도 필수다.
“냉장고 없다고 해서 서비스해 준적도 있고 밤에 야식을 싸들고 간적도 있고. 어떻게든 현장 밀착형으로 움직이다보면 거래로 연결되죠.”
건설사 납품은 미수 위험 잘 넘겨야
운영상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미수금. 거래 금액이 크다 보니 미수가 발생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공구상들이 섣불리 건설사를 취급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입이 크다보니 매출 수급이 펑크 나면 큰일 납니다. 이걸 잘 견뎌야 해요. 특히 연말에 건설 회사들이 자본금을 맞출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미수가 생깁니다. 한 3개월 미수가 생기는데 이건 피할 수가 없어요. 그건 각오하고 버틸 수 있어야 다음에 치고 올라갈 수 있죠.”
처음에는 적은 미수금이라서 포기한 돈도 많다. 그것이 쌓이다보니 피해가 커져서 지금은 소송을 해서라도 최대한 받아낸다고.
“소매 천원, 이천원 팔아서 모인 돈이에요. 어떤 품목은 개당 1원, 2원 남는데 그게 모여서 몇 천만 원이 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거죠. 문제는 10개 중 한두 업체는 의도적으로 마지막 달에 지급 안 하거나 네고를 쳐서 지급액을 낮춰버리는 곳도 있어요. 그럴 때는 참 난감하죠. 소매와 납품이 어찌보면 장단점이 명확한 거 같아요.”
빈손으로 안 보내는 고객만족 전략
소매에도 브이스틸만의 고객만족 전략이 있다. 일단 찾아온 손님은 절대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것.
“물건이 없어서 그냥 간 손님은 그 다음에 절대로 다시 오지 않아요. 초기에는 매장에 구색이 없다보니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을 때가 많았죠. 그러면 대표님이 손님께 차를 대접하거나 식사 시간이면 식사를 대접하는 동안 저는 물건 구하러 동서남북 연락하고 뛰어다닙니다. 절대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은 “브이스틸 가면 다 돼. 무조건 다 돼”라는 말을 듣곤 해요. 참 기분 좋죠.”
이렇게 한해 두해 지나면서 3년만에 새 건물을 지었다. 직원도 8명이나 채용했다. 철물점 이사는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차곡차곡 물건을 넣고 빼고 마음에 들 때까지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 충정전라를 아우르는 대표 공구상이 됐다.
고객 감사를 위해 제로 마진 이벤트도 종종 연다. 전동공구나 용접기, 콤프레샤 등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종을 100대 한정 또는 재고 소진 시까지 마진 없이 판매하는 것. 때로 해당 제조사에서 핀잔도 듣지만 소비자 반응은 매우 좋다. 고객에게 인심도 쓰고 홍보도 하고 1석2조다. 여름에는 공짜 아이스크림, 겨울에 따뜻한 음료는 기본이다.
마트형 철물점 오픈이 최종 목표
현재 브이스틸은 일반 소매는 물론 혁신도시 납품과 대기업 하청업체, 농기계제조공장 납품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현장 납품을 위해 전직원이 새벽 6시 반까지 출근한다.
“거래처에서는 그 시간도 늦다고 해요. 건설현장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되니까 어떤 날은 가게 앞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직원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마트형 공구상을 오픈하기까지 조금만 더 참아주길 바라죠.”
브이스틸의 다음 목표는 마트형 공구상이다. 이를 위한 준비도 차곡차곡 진행 중에 있다. 그러면 직원 복지나 소비자 만족 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리점도 개설한다. 유일한 단점이었던 A/S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수리점이 오픈되면 좀더 신속한 사후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전! 무조건 되게 하자!’가 우리 가게 모토예요. 더욱 소문나서 더 많은 사람이 브이스틸을 알 때까지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브이스틸의 승승장구를 힘주어 말하는 정승현 부장. 브이스틸이 승리의 브이(V)를 그리며 또 한 번 도약할 날이 머지않았다.
글.사진 배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