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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전남 보성 우성철물건재

 

아내가 꾼 꿈에서 시작된 8000평 정원
“예쁜정원 콘테스트 대상 받았죠”

 

전남 보성 우성철물건재·우성정원 이경춘 대표

 

전라남도 ‘2025 예쁜 정원 콘테스트’대상 받은 우성철물건재 이경춘 대표의 우성정원. 벚꽃길, 솔내음 연못 등 30여 년간 가꾸어 온 8000평 면적의 정원을 감상해 보자.

 

 

아내의 꿈에서 시작된 정원


모든 것은 어쩌면 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8000평의 땅을 구입한 것도, 그 땅에 지금과 같은 정원을 꾸민 것도.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우성철물건재 이경춘 대표의 아내 문경자 여사는 꿈을 꿨다. 산 바로 아래 너른 황무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빌딩들이 세워져 허허벌판이었던 땅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드는 꿈을. 여사는 대표에게 이러이러한 꿈을 꿨으니 그 땅을 사 달라 말했다. 80년대 중반 당시, 현재 우성정원이 위치한 자리 바로 근처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추동저수지가 축조되고 있었다. 저수지의 제방을 쌓기 위해 산 아래의 흙을 전부 퍼다가 둑을 만들었고 그렇게 생겨난 산 밑 황무지가 지금의 우성정원 자리다.

 


“그 황무지 8000평을 구입해서 이렇게 고른 거예요. 큰 120톤급 불도저 두 대랑 포크레인 여섯 대로 한 달간 작업했죠. 당시에는 여기 도로도 다 비포장도로였어요. 그랬던 땅이 지금 이렇게 변한 거죠.”
공업고등학교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이경춘 대표는 지금의 우성철물건재 전에는 공업사를 운영했다. 직원들 여덟 명을 두고 농기계 판매부터 수리까지 하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조금씩 조금씩 땅을 구입했다. 10만원을 벌면 10만원어치 땅을 구입하고 100만원을 벌면 100만원어치 땅을. 지금 그렇게 구입한 땅이 우성정원 면적 외에도 약 3만평 이상이라 한다.

 

백이산 아래 8000평 면적으로 넓게 펼쳐진 우성정원
 

정원 콘테스트 대상 받은 우성정원


올해 나이 일흔의 이경춘 대표가 30대 젊었을 때부터 땅 매입을 시작한 건 시간낭비를 싫어하는 대표의 성격 때문이었다. 남는 시간에 친구들과 모이면 고스톱치기 또는 다방 ‘레지’들을 불러다 커피 마시곤 하던 일이 대표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 젊어서부터 뭔가 시작해 보자, 하는 마음에서 땅을 구입하고 정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 원래는 정원이 아니라 관광농원(농어촌의 자연환경에 식당 등 휴양시설 등을 갖춰 도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사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 근방에는 관광농원 성공 사례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원으로 돌렸죠.”

 


현재 우성정원에 식재된 나무와 꽃은 약 200여 종. 벚꽃길, 백합길, 수국길, 맥문동길, 솔내음 연못 등 테마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고 문경자 여사의 제안으로 정원 곳곳에 조형물도 설치했다. 감나무, 대추나무, 무화과나무, 모과나무 등 유실수에서 딴 과일을 지인들과 나누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대표 부부가 30년 넘는 시간동안 가꿔온 우성정원은 전라남도가 주최한 ‘2025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15개 시군, 40곳이 응모한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이다. 매년 열리는 예쁜 정원 콘테스트의 선정 요건은 정원의 디자인과 심미성, 심겨진 나무와 갖춰진 소재들의 다양성 그리고 완성도 등이다.

 

 

사계절 낙원에 온 듯한 힐링정원


보성군 벌교읍 추동저수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우성정원의 뒤로는 백이산이 마치 정원을 감싸 안듯 둘러싸고 있어 전망이 수려하다. 이경춘 대표는 우성정원의 특징으로 사계절 좋지 않은 계절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봄이면 서부해당화가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며 수국이 가득해 계절을 장식합니다. 가을이면 감이랑 대추 모과가 열려서 색색깔 조화를 이루고 겨울에는 하얀 벌판이 아름답죠. 계절마다 어울리는 꽃나무와 과실나무로 가득한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계절 가운데서도 대표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을 최고로 꼽았다. 한 아름으로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벚꽃나무부터 홍매화, 철쭉 등이 시간 순에 따라 차근차근 피어나면 마치 낙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가을에는 단풍도 아름답지만 맛이 남다른 각종 과일을 나눌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는 대표의 이야기였다.


“농장을 가꾸며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던 적도 있죠. 사업 이익금을 거의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요령 없이 나무를 심었어요. 정성 들여 가꾸었는데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마음의 상처도 컸고요. 탐방객들 동선을 짜기 위해 옮겨 심었다 고사해 버린 나무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안타깝습니다.”

 

 

30년 가꾼 정원… 커피숍 건축 후 개방예정


이경춘 대표 부부는 아침 일곱 시에 철물점을 열고 딱 아홉시까지만 운영한 뒤 우성정원으로 올라가 정원을 관리한다. 그리고 아홉시부터 며느리와 딸처럼 생각하는 여성 직원 둘이서 철물점 운영을 잇는다. 대표 부부는 정원에서 벌초, 과실수 전정, 조경석 배치 등 각종 작업들을 수행한다. 지자체로부터 지원도 받지 않아 정원을 관리하는 데만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부지 매입금액 외에 지난 30여 년 간 정원 관리에 들어간 돈만 해도 30억 이상. 그래도 대표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정원을 개방할 생각이 없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개방 시점은 커피숍 건축 이후다.


“지금 정원 위쪽에 커피숍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최소한 150평 이상 되는 대평 커피숍을요. 아마 내년쯤이면 완공될 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모두들 우성정원을 찾아주세요. 오셔서 힐링을 즐기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