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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안정적인 소매로 크게 성장 - 인천 대우공구 김진년.이옥희 부부

안정적인 소매로 크게 성장했죠

인천 대우공구 김진년 이옥희 부부



보통 공구상이 성공하려면 납품영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꼭 납품영업을 통해서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 부평구에는 소매를 위주로 장사를 하여 크게 성공한 공구상인이 있다. 바로 대우공구의 김진년 대표와 이옥희 부부. 소매로 성공하기 위한 그들만의 비법이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 그 비법을 파헤쳐 보자.

대기업 샐러리맨에서 공구인으로

대우공구의 김진년 대표는 사회생활을 공구상으로 시작한 공구인은 아니다. 대우중공업에서 오랜 세월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던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대우중공업에서 일하면서도 스스로 회사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하여 먹고 살 길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러다 아내의 숙부 되는 분으로부터 공구상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언질을 받는다.
“직장에 계속해서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공구상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 거야. 그래서 그 길로 사표를 썼죠. 그런데 그때 사회경기가 참 좋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은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그렇게 김진년 대표가 공구상 일을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30대 중반에 시작한 새 출발이였다. 그 이후로 처의 숙부가 하는 공구상에서 일주일 동안 일을 하고 곧바로 공구상을 시작한다. 원래 기계과를 다녔고 중공업에서 일했기에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그때 사업 투자금으로 회사생활을 하며 모은 돈 수천만 원을 썼다 한다.




힘들었던 초창기 재미도 느껴

그래도 처음에는 아내의 숙부가 하는 가게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불과 몇백 미터에 떨어진 곳에서 처의 숙부가 하는 가게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건값으로 수천만 원을 썼지만 없는 공구들이 많았다. 초창기에는 구색이 부족했던 것.
“손님이 오면 무슨 말인지 감은 잡으니까 없는 물건 찾을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매번 아내 숙부님 가게에 가서 물건을 가져와 팔았죠. 처음에는 돈을 그렇게 투자해도 구색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빈 자전거를 타고 매번 갔죠. 그리고 너무 가게가 비어 보이니까 빈 종이 상자를 가져다가 쌓아 놓고 재고가 이렇게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랬죠. 처음이니까. 그런데 몇 년을 열심히 일하니까 빈 상자는 사라지고 점점 구색이 늘어나더라고요. 한 3년 일하니까 가게를 한 칸 더 늘릴 수 있었죠.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는 은행잔고가 3개월 동안 평균 3백만 원이 안 되어 가게 수표를 쓸 수 없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니 어음도 쓸 수가 있었고. 그때부터는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죠.”
직장생활은 조직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제약은 많이 받지만, 퇴근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그런데 사업은 그렇지 않다. 내 사업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만큼 버는 것이 사업이다. 그래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또 쫓기기도 한다. 김진년 대표는 공구상 일을 하며 직장생활보다 훨씬 재미를 느꼈다 한다.



박리다매로 오는 손님 확보해

대우공구는 소매로 안정적인 성장을 한 가게다. 소매로 장사한다는 것은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렵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 그러나 그것도 고정적인 단골손님을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사소한 욕심을 부리면 장사를 할 수 없어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싸고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받으면 안 됩니다. 보통 처음 온 손님들이 일부러 가격을 깎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도 고려해서 저렴하게 손님들에게 물건 가격을 말씀드려요. 백화점처럼 물건가격을 깎고 그런 것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 오신 손님들은 가격을 묻고 다른 가게서 물건을 사려고 가셨다가 다시금 여기로 되돌아오곤 합니다. 제일 싸거든요. 그럼 손님은 알게 되죠. 여기가 제일 싸구나! 깎을 필요도 없겠구나! 그 이후로 그 손님은 우리 손님이 되는 거예요. 믿음을 주는 것 신용을 주는 것이 참 중요해요.”
대우 공구는 신용으로 고정적인 단골을 만들어 소매 위주로 장사했기에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 물론 납품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납품영업을 통해 빨리 가게를 키우는 것보다 안전 위주로 가게를 키우는 것을 택했다.





구색 위주로 없는 게 없어

대우 공구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구색이 많다는 점이다. 소매 위주로 하기에 대량의 재고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대우공구는 없는 것이 없다. 절삭품목을 제외한 다른 품목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고.
“웬만한 것은 다 갖추고 있죠. 수공구부터 시작해서 측정이나 용접까지 웬만한 부분은 다 갖추어 팔고 있어요. 소매 위주로 하니 구색에 신경을 많이 썼죠. 이렇게 해야 손님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절삭은 잘 안 되더군요. 절삭 부분은 품목도 많고 또 제가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부분 같아요. 절삭을 제외한 다른 공구들은 거의 다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대우공구는 가게로 번 돈은 모두 가게로 다시 투자했다. 그만큼 없는 구색이 없다. 남들은 소매 장사를 가볍게 여길지 모르지만 김진년 대표는 소매장사로 부족함이 없었다고. 물론 납품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납품을 하면서 부도를 맞는 경우가 생기자 납품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위험한 납품보다 안전한 소매

“초창기에 납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납품을 하다 보니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는데 또 부도를 맞고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예요. 물건 주문을 받아 성실히 납품했는데 그 회사가 망하거나 부도어음을 발행하거나 그런 식이었던 거죠. 그렇게 되니까 그동안 납품을 통해 얻는 이익이 많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낫겠다 싶은 거예요. 서로 잘 알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사라지니까 많이 서운하더라고. 그래서 소매 위주로 장사를 해야겠다. 나는 소매로 장사하더라도 정직하게 장사를 해서 손님을 잡아야겠다 싶었던 거죠.”
많은 공구상이 크게 성공하려고 납품 위주로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납품을 많이 따와 물건을 많이 팔더라도 수금이 안 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자기 손해로 돌아오는 법. 대우공구의 김진년 사장은 그것을 잘 판단하여 소매에 집중하여 성공하였다. 세월이 흐르자 한 칸 두 칸 가게를 늘려나가 이제는 안정적이면서도 구색을 많이 갖춘 큰 규모의 공구상이 된 것이다. 아내와 함께 공구상을 운영하는 김진년 사장의 앞날을 기대한다.




글, 사진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