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경북 구미 워킹맨
경북 구미 워킹맨은 대형 작업복 브랜드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작업복 전문 매장이다. 워킹맨 조영준 팀장에게 우리나라 작업복 시장의 변화 모습과 작업복 전문 매장에 필요한 점을 물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1·2·3단지의 딱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워킹맨(舊동양자재백화점) 매장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한 부분은 일반 공구상처럼 각종 종합공구를 팔고 있는 매장, 그리고 다른 한 부분은 정말 이 곳이 공구상인지 아니면 백화점 의류 매장인지 구분이 힘든 작업복 판매 매장이다. 작업복 매장에는 의류 판매점에서나 볼 수 있는 마네킹이 위아래 작업복을 걸치고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워킹맨 2세 조영준 팀장은 매장에서 일한 지 올해로 13년이 됐다. 누구보다도 작업복 시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을 팀장에게 최근 작업복 시장의 가장 큰 변화점을 물었다.
“무엇보다 ‘작업복스럽지 않은’ 작업복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터에서 작업을 하면서 입는 옷이지만 일상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입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옷을 찾으세요. 예전과는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과거 작업복을 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작업복의 특징은 ‘무조건 저렴한 것’이었다. 작업복에 달리 따지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젊은 노동자들은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자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작업복을 선호한다고 조영준 팀장은 말한다.
작업복을 착용하는 이들이 원하는 바가 달라진 만큼 제조사에서도 그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좀 더 젊은 디자인, 보기 좋은 디자인의 작업복.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이 옷이 작업복인지 아니면 일상복인지 구별이 힘든 ‘작업복스럽지 않은’ 작업복을 만드는 데 제조사들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인이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워킹맨 매장에 들어가 진열된 옷들을 보고 ‘멋진 디자인의 외투구나’하고 구입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다. 그만큼 제조사에서는 작업복을 구입하는 이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다.
“저희가 옷을 발주해 들여오는 대형 브랜드에서는 매월 월례회를 여는데 전국 총판들이 모여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점은 필요하다, 이런 점은 없어졌으면 한다. 제조사에서는 그만큼이나 현장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과거와는 달리 블루칼라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현재, 작업복을 착용하고 일하는 이들은 자기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과거의 작업복은 퇴근 시 벗고 싶은 옷이었다면 지금의 작업복은 일상 속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복장이 되었다.
패셔너블하더라도 작업복 착용의 기본 목적은 업무 중 상해 방지다. 아무리 캐주얼하더라도 작업복에 필요한 방염, 난연, 정전기 차폐 등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워킹맨 매장은 근처 산업단지 대규모 공장의 작업복 납품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일반 고객들, 공사현장 노동자들이나 목수들 또는 인테리어 업자들 역시도 매장을 방문해 작업복을 구입해 간다. 방문 고객들을 위해 매장을 정말 의류 전문점처럼 꾸며 두었다고 조영준 팀장은 말한다.
“작업복은 정말 찾는 분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하거든요. 왜냐면 현장에서 하는 일들이 다들 다르니까요. 정말 아무 장식도 없는 작업복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거래처에서 와서 보고 샘플 가져가서 현장 직원들과 의견을 나눈 후에 다시 와서 맞는 작업복을 구매해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2018년, 세를 주던 옆 매장까지 매장을 확장하면서 과거 동양자재백화점의 업체명에서 워킹맨으로 업체의 이름을 변경했다. 현재 워킹맨 매장의 뒤편 건물에는 커다란 컴퓨터 자수기와 압착 라벨 인쇄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대형 구매처에서는 자신들 회사의 이름과 로고까지 새겨진 작업복 납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다른 재봉업체에 자수 등을 맡기곤 했지만 매장을 확장한 이후로는 기계를 들여와 작업복에 놓는 각종 자수와 프린팅까지 직접 진행 중이다.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보다 수를 놓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조영준 팀장은 말한다. 작업복은 납품 수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오백 벌, 칠백 벌씩 주문이 들어오면 옷마다 하나하나 전부 수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컴퓨터 자수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시간이 드는 건 마찬가지. 또 실이 엉키는 경우도 있다. 워킹맨에서는 자수 관련 전담 직원을 두고 해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수까지 매장에서 직접 해야 작업복 매장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큰 일입니다. 납기 일자도 맞춰야 하다 보니까 바쁘게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업체명을 변경할 때부터 조영준 팀장에게는 꿈이 있었다. 자사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꿈. 워킹맨이라는 브랜드로 작업복 뿐만 아니라 공구도 제작해 판매하는 꿈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매장의 판매 성장이 우선이라고 팀장은 말한다. 그리고 한 벌마다 사이즈별로 각각 재고가 필요한, 수많은 작업복을 보관할 더 넓은 공간 확보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워킹맨 조영준 팀장은 우리나라 작업복 시장의 변화 모습과 해외 시장의 현황을 꾸준하게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공구든 작업복이든 뭐든지 알아야 팔 수 있는 법인데, 어쩌면 워킹맨 매장의 성장은 따논 당상이지 않을까.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