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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대구 한강툴

 

남편은 영업왕, 아내는 화가
공구와 함께 부부가 사는 법

 

대구 한강툴 민주한·박인주 대표 부부

 

낮에는 공구 판매, 밤에는 각자의 취미와 특기로 다채로운 삶을 사는 한강툴 민주한·박인주 대표 부부. 바쁜 업무를 마치면 남편은 운동과 요리에 빠지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공구업계를 위한 봉사도 빠질 수 없다.

 

 

화가 아내와 20년간 꿈을 키워온 영업왕 공구인


“공구 일이 중요하지만 그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민주한 대표는 이른 나이에 공구업을 시작해 경력 30년 가까이 된 베테랑 공구인이다. 군 제대 후 이모부가 운영하시던 대구 동성에어툴에서 영업을 도우며 공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검정색 수기장부 한 권과 2.5톤 탑차를 끌고 매주 부산, 울산, 포항, 광주 전국 곳곳을 다녔다.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과 주도력으로 25살에는 25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영업 실장을 맡아 매장에서는 ‘호랑이 직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몇 년 뒤, 직원의 소개로 미술학원 강사였던 지금의 아내 박인주 씨를 만났다. 그렇게 서로 인연을 맺어 결혼한 지 20년. 호스·에어 부품 전문점 ‘한강툴’을 창업해 그 햇수만큼 갖가지 우여곡절에도 믿고 합심하며, 지금껏 성장시켜왔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서로를 향한 사랑은 누구보다 달달한 부부. 민 대표는 일할 적엔 호랑이처럼 엄하지만, 집에서 아내를 볼 때면 이내 사르르 녹는다. 그들은 아직도 서로 쳐다보면 웃음 나고, 밥 먹을 때 먼저 챙겨주는 잉꼬부부다.


“아직도 집사람 처음 만났을 때가 생생해요. 사람에게서 후광이 보인다고 할까요. 밝고 항상 잘 웃고, 지금까지도 인상 쓰는 모습을 못 봤어요. 그 기분이 나한테 오더라고요. 예전엔 꿈이 없었는데, 아내를 만나고서는 바뀌었죠. 함께여서 공구업을 해올 수 있었고, 나중에는 아내 고향인 청도에 갤러리 카페를 지어 그림 전시하고, 저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어요.”

 

화실에서 그림 작업 중인 아내 박인주 화가(좌)와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민주한 대표(우)

 

헬스, 자전거로 다져진 체력… 집에서는 만능 요리사 남편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민 대표는 취미 부자다. 그는 매일새벽 4시 반이면 기상해 출근 전 1시간 헬스를 한다. 주말에는 헬스 후 자전거를 타고 강정보에 도착해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2시간 더 등산까지 나선다. 종종 낚시, 탁구, 골프도 즐기는 등 할 줄 아는 취미가 많다. 집에서는 백종원이라 불릴 정도로 요리를 잘하고 좋아해 주방은 늘 민 대표 차지다. 코로나로 모임에 제한이 있기 전까지는 저녁이면 지인을 초대해 집 옥상은 늘 먹거리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운동으로 키운 체력과 요리로 이어진 인간관계는 사업에도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해요. 뭘 주고받지 않아도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공구업과 관계없이 친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요. 얼마 전에는 가족 친지들 다 모여서 큰 가마솥에 감자탕을 끓여줬어요. 제가 해주는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가정이 편하면 사업도 편해지죠.”

 

 

아내는 퇴근후 그림 전시… 북성로 사모님들도 좋아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던 박 씨도 남편 따라 일을 배워가며 20년차 공구 전문가가 됐지만, 화가로서의 꿈은 언제나 놓지 않았다.


“남편이 공구업 3년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3년 지나니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게 되니까 제가 발을 못 빼겠는 거예요. 매일 일, 집만 반복하면서도 언젠가는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생각에 붓과 물감은 늘 지니고 있었죠. 그러다 몇 년 전 남편의 배려로 대구수채화협회, 대구미술협회에 가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일과 끝나면 저는 화실로 가서 그림 작업을 해요. 음악 틀고 커피 마시며 워밍업의 시간을 가진 뒤에 붓을 들고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금방 밤 10시, 11시가 돼요. 그땐 도파민이 확 올라요. 주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화실에 가요. 요즘은 문화센터에서 수채화 유화 수업을 하고, 4월에 열릴 부산 BAMA 아트페어, 6월 대구 봄 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북성로 사모님들께도 전시 초대장이 나올 때마다 보실 수 있도록 드리는데 아주 좋아하세요.”

 


그녀가 애정하는 화가는 마르크 샤갈.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샤갈의 오묘한 색감, 특히 푸른색을 좋아해 작품에 많이 참고하고 있다. 민 대표도 아내를 보면서 그림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한다.


“미술협회 활동을 둘이 함께 다니는데, 저는 이제 반 회원이에요(웃음). 제가 범띠라 여기 호랑이 작품도 전 협회장님께서 그려주셨어요. 그림을 자꾸 보다보니 심취하게 되고 기법도 많이 배우죠. 거기서 작품과 사람들을 만나보면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거예요. 공구업 오래 하신 분들은 다른 활동 없이 평생 공구 일만 하셨던 분들이 많거든요. 퇴근 시간도 정해보고 취미생활도 가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가꿔보시면 좋겠어요.”

 

지난 12월 (사)한국산업용재협회 대구지회장으로 취임한 민주한 대표

 

산업용재협회 대구지회장으로 봉사하며 업계 화합 발전 꿈꿔


북성로 공구골목과 가까운 고성동에 4층 건물을 세워 사업장으로 운영하는 한강툴은 호스·에어 부품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제품을 직접 조립 제조하고, 전국 공구상에 도매로 납품한다. 1층은 사무실과 택배 포장 공간, 2층은 조립 공장으로 민 대표 부부와 처남 부부까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쉴 새 없이 공장이 돌아간다. 3년 전부터는 온라인쇼핑몰 ‘강한툴’과 ‘노바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상품 디자인 경력이 있는 처남이 쇼핑몰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다른 공구상에게 제공하며 서로 필요한 물건을 즉시 공급받고 납품하는 방식으로 상생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역 공구업계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사)한국산업용재협회에서 오랜 기간 봉사도 해왔다. 296개 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대구지회의 총무, 지구장, 체육이사를 꾸준히 맡아오면서 공구상의 유통 변화도, 세대 변화도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이런 그가 작년 12월 12일, 협회 신임 대구지회장으로 취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본업과 더불어 취미활동과 업계를 위한 봉사까지. 세상사는 재미는 바로 이런 맛 아닐까.


“천성길 전임 지회장님의 권유로 제가 이어 지회장을 맡게 됐어요. 저는 업계 1세대 분들과 함께 일을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젊은 편이라고 하는데, 이번 지구장, 총무도 젊어진 만큼 저도 모험을 해보자고 결정한 거죠. 앞으로 공구업을 이어나갈 30~40대 청년회 회원들과 함께 이끌어나갈 부분을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회원들과의 교류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것인가가 숙제라 지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지켜봐주세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