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공구상탐방

삼부자의 좌충우돌 공구상 운영기 - 부산 애일&주영공구



개성 강한 형제와 헌신적인 아버지

 
삼부자의 좌충우돌 공구상 운영기


 
부산 애일기계공구 & 주영공구

부산시 강서구는 을숙도 인근과 부산 신항만을 둘러싸고 녹산공단, 화전산업단지, 지사과학단지, 미음산업단지 등 큰 단지가 들어선 지대다. 인근에 공구상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공구업계에서는 보통 녹산으로 부른다. 이 지역에 나고 자란 이혜원, 이성원 씨가 아버지의 권유로 공구상을 운영한지 8년째. 얼마 전 2호점을 오픈하면서 형과 동생은 각자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개성 강한 두 형제와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 이희준 대표. 이들 삼부자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하다.


아버지의 제안, 공단에는 공구상
 
이희준 대표와 아들 이혜원, 이성원. 이들 삼부자가 공구상을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안목 덕분이다. 이희준 대표는 15년 공무원 생활을 중간에 그만두고 농사, 채소장사, 부동산중개업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비전 있을지 늘 고민해 왔다. 2005년 어느 날. 아버지 이희준 대표는 인근에 공단이 계속 들어서는 것을 눈여겨보고 공구상이 앞으로 비전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아들들에게 공구상 경영을 제안한다. 공무원 공부에 열심이던 첫째 소원씨는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고 고사했다. 둘째 혜원씨와 막내 성원씨가 아버지의 설득을 받아들여 힘을 합하기로 했다. 개성 강한 아들들이지만 함께 일하면 분명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 세 놈이 모두 개성이 강해서 함께 일해도 괜찮을지 걱정많이 했죠. 그래도 믿는 마음이 더 컸어요. 다행히 둘 다 잘해줬고요.”



사랑이 넘치는 공구상, 애일공구 오픈
 
둘째 이혜원씨가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섰다. 가게 오픈을 목표로 두고 종합상사 직원으로 취직해 1년반 동안 일을 배웠다. 막바지에는 성원씨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타 공구상에 잠시 취직했다. 그 사이 이희준 대표는 좋은 길목을 고심했고 화전산단을 배후에 두고 있는 본녹산삼거리에 매장을 잡았다. 2006년 11월 마침내 가족공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애일기계공구가 오픈했다. “애일은 사랑 애와 넘칠 일을 합한 글자예요. 사랑이 넘치는 공구상이라는 뜻이죠.”
그러나 아버지의 바람만큼 순조롭지는 않았다. 공구상 경력 1년으로 기존 사업자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은 경영 동생은 영업, 시너지 효과 톡톡
 
일은 자연스럽게 분담돼 내부 관리에 강한 형이 매입매출에 관한 경영을 맡고, 열정적인 동생이 영업을 맡았다. 일단 거래처 뚫는 게 관건이었다. 동생 이성원 씨는 영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젊음 하나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저는 목표가 있으면 불붙는 스타일이에요. 영업은 몰랐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종일 돌아다녔어요. 지사과학단지를 전부다 돌고, 녹산을 전부다 돌았죠.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방문했어요. 접대비나 영업비 같은 건 상상도 못하고 그저 발품으로 일군 거죠.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을 때 그 희열은 정말 표현할 수가 없어요.”
한번 거래가 트인 업체 관리는 사교성 좋은 형이 맡았다.



거래처 관리의 기본은 담당자 파악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사교성 좋은 형님 이혜원 씨도 거래처를 관리할 줄 몰라 많이 헤맸다.
“관리는 사교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납품 스피드. 견적이나 서류보다 이게 최고로 중요해요. 둘째는 담당자에 대한 성실성인데 이건 그 사람에 대해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거였어요. 얼굴과 이름 외우는 건 기본이고 목소리도 아예 몽땅 외워야 해요. 더 중요한 건 직책. 상대방이 승진했거나 직책이 바뀌었을 때 바로 알아차리는 작은 센스. 작은 것 하나가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형제끼리 말 못할 속앓이도 많아
 
거래처를 잘못 만나서 결제를 미루거나 부도내고 사라지는 등 마음고생 심했던 적도 많다. 그때마다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을 일궈올 수 있었다. 물론 형제끼리 성격상 문제와금전적 문제 등 갈등도 많았다. 가운데서 아버지의 마음고생이 더 컸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허물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섭섭함을 참지 못하고 다툼으로 이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그럴 땐 내가 괜히 이 사업을 제안했나 후회도 하죠. 그래도 어떤 시기가 지나면서 서로 이해를 하게 되는데 그 시간까지 서로 견디고 맞추는 것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미음산단 안에 2호점 주영공구 탄생
 
슬슬 서로 독립을 꿈꾸던 중 미음산단에 건물 분양을 받게 되면서 2호점인 주영공구가 탄생했다. 50여평 규모에 산업단지 바로 안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주인 주, 경영 영을 딴‘주영공구’는 주님이 경영하는 공구상이라는 뜻. 사업이 잘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거래처도 없이 완전새롭게 매장을 연 동생 성원씨의 기분은 남다르다.
“처음에 형님과 공구상 차릴 때 생각이 안 날 수 없죠. 처음 영업처를 뚫었던 일, 한달에 월세도 못 낼 만큼 매출이 안 올랐던 일, 첫 거래가 성사됐을 때 같이 환호했던 일... 지금까지 형과 같이했던 경험을 재산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해요.”
이성원씨는 미음산단을 끼고 입주한 만큼 이곳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행히 소매로 온 손님들이 자기 업체에 납품을 의뢰하면서 하나둘 거래처도 늘려가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내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도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하루 빨리 가정을 꾸려서 부모님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것도 과제다.



든든한 파트너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8년간 사업을 했지만 아직도 안정기라고 할 수 는 없어요. 사업이라는 게 마치 잔잔한 바다에 언제 파도가 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늘 안고 가야 하는 거 같아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두 사람의 마음이 마치 거울처럼 비슷하다. 강한 개성으로 때로는 티격태격, 그러나 서로를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로 8년을 함께 걸어온 형과 아우. 이제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든든한 파트너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함께 멀리 나아가려고 한다. 베테랑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스스로 말하는 애일공구 이혜원 과장.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간 주영공구 이성원 과장. 그들을 헌신적으로 감싸가는 아버지 이희준 대표. 이들 삼부자가 녹산 대표 공구상으로 거듭나길 소망해 본다.


글, 사진 _ 배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