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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전문성 살려 틈새시장 노리는 김포 부천공구 이종구 대표





전문성 살려 틈새시장 노린다

김포시 부천공구 이종구 대표



수도권의 산업지구는 서울-인천-부천을 거쳐 현재 김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포 다음은 평양이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수도권 최외각에 위치한 김포시. 인천과 부천의 기업체들이 규모를 확대하면서 김포로 많은 공장이 몰리고 있다. 더불어 이곳 공구상은 더욱 활기를 띄며 성업 중이다. 김포를 대표하는 양곡 공구상가 다음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곳이 대곶면 공구거리다. 부천과 양곡을 거쳐 공구업에 27년째 종사하고 있는 이종구 대표는 지난해 대곶면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공구상가들이 다품목 대형매장을 꿈꾸는 요즘, 오히려 절삭공구 전문화로 탄탄하게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부천공구 이종구 대표 를 만나 그만의 사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설계 대신 선택한 공구업 외길


김포 시내에서 한참 더 외각에 위치한 대곶면 공구거리. 지난해양곡 공구상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부천공구가 활발하게영업 중이다. 이종구 대표가 직원 두 명과 함께 작지만 강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설계를 전공했다는 이종구 대표가 공구업으로 들어선 계기는 참으로 간단했다.

“대학 다닐 때 설계를 전공했는데 글씨 못 써서 설계는 안 맞다고 하더라고요. 집이 부천이었는데 마침 근처가 공구상가였어요. 그게 계기가 됐죠.”
그길로 바로 진로를 바꿔 공구상에 취업했다. 절삭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기에 배워야 할 게 많았지만 그게 지금까지 밑천이 됐다고. 10년을 직원으로 일하고 독립 17년. 총 27년을 한길만 걸어온 베테랑으로 자리 잡았다.





바람 앞에 등불 같았던 외환위기 시절

부천에서 직원 생활을 하다가 김포에 양곡 공구상가가 들어설 때 이때다 하고 독립을 결심했다. 12평 매장에서 아내와 같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졌다.
“참-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아기도 태어났는데 집에 하루에 1000원을 못 들고 들어갔으니까요. 외상 주면 부도나고. 하루에 한 사람 올까말까. 외출이나 외식은 꿈도 못 꿨죠. 딱 1년치 가게세만 통장에 넣어놓고 비가 새는 빌라에서 생활하면서 버텼어요.”

악착같이 딱 1년을 버티자 조금씩 방향이 보였다. 그래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했다. 오히려 일요일에 오는 단골이 있어서 문을 닫을 수 없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는 이 대표. 그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킨다

이종구 대표에게 운영 노하우를 묻자 특별한 것이 없단다. 그저지킬 것을 지킬 뿐.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공구상 문 열고 닫는 것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것이 첫 번째 노하우다.
“운영 시간을 지키는 것은 손님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든지 이 시간에 가면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일관성이 중요하거든요. 이런 점은 아마 우리 집안이 군인 집안이라서 그럴 거예요.”
이 대표는 아버지와 동생 모두 군인이란다. 그래서 시간 약속은 철저하게 지킨다고. 한편 직원들은 빨간 날 무조건 쉬게 한다. 본인이 직원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는 쉬고 누구는 일하는 것은 정말 의욕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그런 불평불만이 결국 손님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가더라고요.”직원들의 근무 의욕이 친절로 드러나고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루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아왔어요. 우리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다른 동네에 살면서도 일부러 이 곳까지 왔다고요. 저를 보고 온 게 아니라 직원들이 친절해서 왔다니까 그게 더 기뻤죠.”



거래처 선별이 포인트

이종구 대표가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거래처 선별이다. 외환 위기뿐만 아니라 납품 과정에서 부도, 외상 업체를 많이 만났기 때문.
“부실한 업체는 첫인상에서부터 조금은 파악할 수 있어요. 업체 대표가 과도하게 좋은 차를 타고 오면 일단 의심의 여기가 있지요. 반대로 차림새나 타고 온 차가 검소하다면 견실하고 알찬 경우가 많아요.”
결제에 있어서 초반 신뢰도 중요하다. 첫 거래에서 한두달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칼같이 끊으라고 조언한다. 만약 이렇게 하지 못해서 거래처가 부도나거나 외상이 생겼다면 2000만원 미만의 경우 소액재판을 권한다고.





부천공구의 운영 노하우

비결1. 문 여닫는 시간을 칼같이 지켜라
 - 가게를 열고 닫는 것은 손님과의 약속, 반드시 시간을 정해둘 것


비결2. 납품 업체를 잘 골라라
 - 거드름 피우는 대표, 결제를 지키지 않는 업체, 처음부터 어음을 내미는 업체는 의심할 것


비결3. 디스플레이는 소비 심리를 이용하라
 - 슈퍼 계산대 앞에 껌을 두듯이 줄자나 칼, 건전지등의 소품은 계산대 옆에 놓자


비결4. 나만의 전문성을 살려라
 - 무작정 트렌드를 좇기보다 특화 품목이나 기술이 있다면 그것에 집중할 것



상권 변하면 가게도 진화해

이 대표는 16년 동안 머물렀던 양곡을 떠나 작년 대곶면으로 이동했다. 가게 규모도 커져 1, 2층 합해서 60평 규모다. 힘들다는 공구상 이사를 지인 15명을 동원해 하루만에 해치웠다. 대신 정리하는 데 두달이 걸렸다. 그가 이사를 감행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서 느낀 것이 도로나 주변 환경 등 공구 상권도 바뀐다는 겁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양곡 공구상가에서 10여년 머물면서 변화의 때가 왔다고 판단한 거죠.”


전문성 살려 틈새시장 노려라

요즘 공구상들이 재고를 늘리고 규모를 크게 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지만 모든 공구상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대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자기만의 분야를 살려야 경쟁력 있다고 보고 있다.
“절삭은 철, 주물, 스테인리스 종류에 따라 팁 종류가 다 달라요.피치 계산, 인치 밀리미터 계산 등 전문적으로 외워야하는 지식이 있죠. 특히 절삭공구를 잘못 공급하면 제품을 망가뜨려 버리니까 매우 정확한 지식이 필요해요. 즉 공구를 파는 게 아니라 관련된 기술을 같이 파는 거죠.”

절삭은 제품에 맞춰서 쓸 수 있는 정보와 기술을 함께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공업체는 이런 전문지식과 특화된 품목이 있는 공구상과 거래를 원한다. 이런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추면 가격은 두 번째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작은 가게의 경쟁력을 스스로 개발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게 틈새시장이 되는 거죠.”
직원들과 오래 안정적인 가게를 꾸려가고 싶다는 이종구 대표. 건물을 설계하는 대신 공구업을 터전 삼아 멋진 인생을 설계해 가고 있는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다부지다.


글, 사진 _ 배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