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마케팅 칼럼
공구상 사장님에게 매입은 단순히 물건을 싸게 들여오는 일이 아니다. 잘못 매입하면 재고는 쌓이고 자금은 막힌다. 반대로 제대로 매입하면 영업이 쉽게 풀린다. 결국 매입은 장사 수완이기도 하고 인간관계와 시장 감각이 모두 압축된 종합 능력이다. 매입을 잘하는 공구인에게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지금부터 그 노하우 8가지를 정리해 보자.
공구상에서 매입의 성공과 실패는 제품 정보에서 갈린다. 매입 잘하는 공구인들은 어떤 제품이 곧 단종되는지, 어떤 브랜드가 할인 행사를 여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품목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또 다른 상품을 대체하는지 이런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있다. 공구유통상사 영업사원과 자주 통화하고 동종 업계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것에 매입처 담당자 분위기까지 살피면 정보 획득은 빨라진다. 공구 유통 시장에서는 한 발 앞서서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 저렴한 가격과 구매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인기 있는 공구는 물량이 유한하다. 그래서 잘 팔리는 인기 품목은 금방 품절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우선권이다. 물량을 많이 사겠다고만 해서 우선권이 생기진 않는다. 결국 대형 유통사와의 관계와 신뢰가 있어야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가게에 찾아온 대형유통사 영업사원의 실수를 품어주고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이건 형님 먼저 챙겨드릴게요’라는 말로 돌아온다. 매입은 조건보다 관계, 돈보다는 사람이다.

장사 노하우는 현장에 있다. 다른 지역에서 잘된다는 공구상을 찾아보자. 가까운 경쟁 업체 방문이 어렵다면 경쟁이 안 되는 먼 지역의 가게는 직접 찾아 볼 만 하다. 큰 업체는 큰 이유가 있고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잘 되는 이유가 있다. 용기를 내고 부끄러움은 뒤로 하자. 유명한 곳이라 방문했다고 밥 한 끼, 차 한 잔 나누며 장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요청해보자. 고수의 조언을 듣는 것이 책 열 권 보는 것보다 훌륭하다. 업력이 긴 선배에게 들은 한 마디는 몇 년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기도 한다.
AI가 이것저것 도와주는 시대다. 온라인을 하려고 하면 도와주는 이런저런 시스템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온라인을 하지 않는 공구상은 뒤처지기 마련이다. 온라인 판매로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재고도 빨리 돈다. 초기엔 귀찮고 시스템도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시장 문을 좁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농부가 밭의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은 토끼를 쉽게 얻은 뒤, 다시 토끼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다 결국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노력 없이 우연한 행운만을 바라거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개선 없이 같은 방식을 고집하면 안된다는 사자성어다.

지역 맞춤형 구색이야말로 매입의 핵심이다. 원룸이 많은 동네라면 전기자재, 수도 부품이 잘 팔린다. 이사하는 사람이 많고 새로 이사해 들어오는 사람이 집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반면 농촌이라면 농기구가 자연스럽게 많이 나간다. 소매 손님은 물건을 찾다가 없으면 그냥 나가버린다. 없어요 말하지 말고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꼭 기록하자. 어디에 쓰실 것인지 어떤 물건을 찾는지 파악하고 주문을 해 놓자. 지역에 맞는 제품을 파악해 구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큰 빛을 발휘한다.
공구거리나 공구유통상가는 공구인들끼리 함께 살아야 산다. 장사 잘되는 대형 가게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말자. 오히려 품목과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구색을 다양화 시키자. 함께 공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가게 손님 발길도 늘어난다. 도심의 한 대형 마트가 폐점한 이후 주변 상권이 동반 몰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구거리 유동인구가 많아지려면 공구인들끼리 서로 협력해야 한다.

구색이 늘어나고 손님이 많아질수록 관리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공구상에서 바코드와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더 이상 대형 업체만의 영역이 아니다. 바코드 도입이 어려운 현실은 이해가 간다. 인건비와 초기 비용이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장사가 길어질수록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코드와 재고관리 시스템이다. 천천히 하나씩 꾸준하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한 걸음 느려도 꾸준히 바코드를 도입하고 관리하는 가게가 성장을 한다.
사람은 사람에게 끌린다. 인간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 소위 말해 인기 있는 사람에게 제품 매입 조건도 좋아지고 정보도 먼저 흘러 들어간다. 판매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가게, 매력적인 사람이 운영하는 공구상에 발걸음이 간다. 반대로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 매력 없는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은 드물다. 장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장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매입의 본질은 싸게 사는 것이 아닌 정보, 신뢰, 지역성, 그리고 사람에 대한 태도가 얽힌 종합 능력임을 명심하자.
글 _ 석민철 크레텍 마케팅 차장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