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2018년은 마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은 해였다. 일흔한 살이 되자 많은 짐을 벗고자 상공위원과 교회 장로, 새마을회장직 등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내게 다른 짐이 주어졌다. 2월 1일 관상동맥우회수술을 받았다. 가슴을 절개하고 7시간이나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수술 후 몇 달 간은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어 보고만 받는 걸로 그쳤다. 그랬더니 매출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회사 물류창고에 불이 났다. 제품을 다 태워먹고 보험료가 10배 뛸 정도의 큰 불이었다. 그해 여름엔 국민청원에 회사이름이 올라왔다. 매년 하던 정신육체 강화훈련을 몇몇 직원이 ‘극기훈련을 막아달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험담들이 오고가고 내 마음도 많이 상했다. 이제까지 열심히 해온 사업인데 과도한 부정적 지적을 받으니 괴로웠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말에는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회사 내에서는 노사문제며 직원 간 갈등 등으로 골치가 아팠다.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 정신을 차리자!’
일단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운동이었다. 내 몸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일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진다. 수술실에서 나오자 받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구육상연맹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화분이었다. 육상연맹의 구호는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사람은 달린다’이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육상하는 분들의 건강한 기운과 바른 생활을 보며 나의 생활을 수정해나갔다. 육상연맹은 내가 후원하는 단체지만 나는 그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생각한다.
몸에 힘이 붙자 2019년 중순부터 세신버팔로 제품을 전세계 최고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제조 기술’로 전략을 세웠다. 여기서 나아가 연구팀을 만들어 매주 연구와 공부를 했다.
“지식이 많으면 높은 산에서 아랫마을을 보는 것과 같다. 지식이 없으면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
- 마오쩌둥
이런 자세로 온힘을 기울였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었지만 회사는 혁신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 내 시스템을 파고들어 업무개선도 이루고, 당사가 소원하던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합격의 꿈도 이뤘다.
독수리는 4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40년을 살고나면 부리와 발톱이 뭉툭해져서 독수리의 날카로움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날개도 축 처져 힘차게 날지 못한다. 그러나 특별한 독수리는 높은 산에 올라가 바위에 자기 부리를 찧어서 부숴버린다. 그럼 다시 새부리가 나온다. 몸의 깃털도 뽑아버린다. 그럼 새 깃털이 나온다. 발톱도 바위에 긁어 새 발톱이 돋게 한다. 이렇게 해서 다시 활강하는 독수리는 새로운 전투력에 노련함이 더해져 30년을 더 살게 된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 때는 과감한 자기혁신과 자기부정, 그렇게 해서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들다고 주눅 들고 그대로 쪼그라들면 세상이라는 파도가 나를 덮친다. 여기에 당하지 말고 쇄신의 각오로 일어서야 한다. 요즘 위기라고 하는데, 이런 아프지만 처절한 자기쇄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달리기와 헬스를 하고 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알통이 생겨 있었다. 7년 전 수술 후 건강을 염려해 은퇴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건강이 좋아질 수 있었을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있다는 말은 맞다. 어려움을 이기는 근육이 생긴 것이다. 내 건강뿐만 아니라 회사도 건강해지고 있다. 침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동탑산업훈장과 한국서비스대상, 명예의 전당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발전과 성과는 따라온다.
새해에는 알몸 마라톤에도 나가고 2026년 대구 세계 마스터즈육상대회에서는 10km 마라톤과 멀리뛰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마스터즈육상대회는 2018년 내가 병원에서 나와 스페인으로 유치를 위해 뛰러 간 대회였다. 세계각국 대표단들이 ‘회장이 직접 뛰는 것을 보니 대단한 도시겠다’며 대구유치에 힘을 실어줬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나는 운동을 잘 모르다가 건강이상을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 몸에 근육이 참 중요하다는 것, 그 근력의 힘으로 생명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힘들 때 받쳐줄 근력을 키워야 한다. 약체로 쪼그라들기보다 구석구석 살펴서 업무 하나하나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근력이 생기는 것이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또 사람 하기에 달려있다. 각자 자기 건강도 관리 잘 하시고 사업도 잘해서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어려움을 이겨갈 근력을 키워 사업체를 단단하게 만들자. 여러분에게도 새해 희망의 알통이 솟아나길 바란다. 새해 새 소망과 새 꿈들 모두 이루시길 바란다.
글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