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고객을 경험케 하라' 글로벌 인테리어 부품기업 헤펠레
경쟁자가 없다고?… 하드웨어 시스템 시장 넘버원
헤펠레는 1923년 독일에서 목수들을 위한 하드웨어&공구 판매 전문점으로 시작했다. 창업주는 아돌프 헤펠레. 나사못과 같은 작은 부품들을 유통해 창업 93년만에 글로벌 다국적 브랜드로 성장, 2조원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37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150여개 국가에 헤펠레 하드웨어와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6개의 본사 공장과 전 세계 1,500여 공급사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으며, 하드웨어 기술 제공과 더불어 다양한 기능의 실용적인 주거공간을 위한 여러 가지 개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지원한다. 취급 품목 수는 20만여 종.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잠실 롯데월드타워, 송도 국제도시 동북아무역센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헤펠레 제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유수한 건축물부터 예술적 공간, 또 일반 가정주택에 이르기까지 헤펠레 제품은 우리가 알지 못하던 사이 공간 혹은 삶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1987년 9월 창업주 박명규 대표에 의해 소개된 후, 1995년 9월 헤펠레코리아(주) 법인으로 설립됐다. 올 3월부터는 독일인 스테판마이클후버 지사장이 임시 대표직을 맡게 됐다. 현재 헤펠레코리아의 매출은 400억 원, 아이템은 가구 및 건축에 사용되는 부품(하드웨어) 뿐 아니라 비접촉식 전자 도어락 시스템인 ‘다이얼락(Dialock)’, LED, 천연페인트, 목재 및 목공기계 등 8만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공구는 크게 수공구와 전동공구로 구분하고 있다. 수공구는 독일본사를 통해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제조된 끌, 대패, 망치, 띠톱, 드라이버 등 수 백여 가지의 제품을 공급받아오고 있으며, 전동공구의 경우에는 국내업체와 딜러쉽을 맺어 페스툴과 마끼다 등의 장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헤펠레 제품은 유명 가구 제조업체, 인테리어 회사, 건설업체 및 DIY 소규모 목공방 등에서 이용하고 있다. 전체 사업의 90% 이상은 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 소매 고객은 헤펠레 서울 전시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경기도 광주의 헤펠레코리아 곤지암 본사에서 박영규 기획이사를 만났다. 그는 헤펠레를 ‘가구/인테리어 부품, 도어시스템, 천연페인트 등 생활공간 속 모든 미적 감각과 편의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정의했다. 특히 “우리회사 분야는 경쟁사가 따로 없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그 시스템과 솔루션의 우수성을 자부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시스템을 갖추었기에 얼핏 보기엔 그다지 특이하지 않은 가구, 페인트, 도어시스템 등의 아이템들을 연결해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인가. 또 소비자는 어떤 매력과 편의성 때문에 헤펠레를 찾게 되는 것일까.
성공요인 1
토탈패키징서비스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헤펠레 하나면 돼’
헤펠레의 첫 번째 특징은 가구, 인테리어, 건축 현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부품과 기술지원, 사후관리까지 공급해주는 토탈 패키징 서비스(Total Packaging Solution Service)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문받아 납품하는 방식의 가구, 목공분야 회사와는 엄연히 다른 서비스다. 부산의 순여성병원에도 이 서비스가 적용돼 자재 공사비가 15% 정도 절감됐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박영규 기획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헤펠레에는 12개의 자브랜드가 있습니다. 가구용 커넥트 ‘익스커넥트’, 사무용가구와 관련된 제품 ‘오피시스’, 시스템 서랍재 ‘무빗’, 나사못 ‘티탭’, 경첩 ‘리프트+턴’, LED 조명시스템 ‘룩스’, 전자키 시스템 ‘다이얼락’, 천연페인트 ‘아우로’ 등이며, 이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를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서비스를 통해 구매 및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인 공정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성공요인 2
DIY 문화 전도사 ‘헤펠레 목공방’
헤펠레코리아는 100% 독일 자본으로 운영되지만, 헤펠레 그룹은 각 나라별로 현지화를 위해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헤펠레코리아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도어시스템과 아우로 페인트, DIY 목공방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도어시스템 사업은 올 7월부터 시작했습니다. 파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을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울 청담동 크리스찬 디올 매장과 제주도 호텔, 골프장 등에 저희가 직접 제작한 밸런스 도어(Balanced Door)를 설치했습니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축을 이동시켜 대형 출입문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문이에요. 그리고 아우로 페인트는 헤펠레코리아에서 가장 먼저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해물질을 줄인 친환경페인트가 아니라, 순수 천연페인트로 해바라기유, 오렌지, 아마인유 등 자연성분으로 제조돼 아이들이 아우로 페인트칠한 목재 장난감을 빨더라도 전혀 위험성이 없는 제품입니다.”
지금의 헤펠레가 고객과 친숙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헤펠레 목공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펠레 목공방은 헤펠레코리아의 비전사업으로 2002년부터 론칭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박영규 기획이사가 공방사업본부장으로 들어오면서 정미애 사업부장과 함께 본격적인 시스템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공방 사업의 첫 번째 목적은 선진국형 생활문화를 국내에 정착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과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구DIY에 대한 니즈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주거문화 특성상 집에서 직접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고 비싼 기계와 공구, 자재 구입, 작업 공간 등의 제약 요인이 많아요. DIY 작업을 하기엔 기술적인 어려움도 많죠. 그래서 작업을 도와주고 지도해주는 멘토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객들을 돕기 위해 공방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헤펠레 목공방을 통해 기능적인 가구를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성공요인 3
교육을 통해 체험케 하라
박영규 기획이사는 목공방 사업 구상 당시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없어 초기 진출엔 고민도 있었다.
“국내 최대 가구회사였던 보루네오가구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입장에서 공방 가구를 처음 봤을 때 사실 ‘대중화된 양산 가구에 비해 직접 만드는 공방가구가 과연 팔릴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니 ‘아니다, 젊은 엄마 아빠들과 목공예의 로망이 있는 남성을 위한 틈새시장이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30~50대 중산층이 두터우니 수요도 충분하겠다고 봤죠. 8개 공방 오픈으로 시작했는데 3년 만에 53호점까지 늘어나게 됐습니다. 프랜차이즈 형태는 아닙니다. 공방을 창업하려는 분들에게 10주간의 교육을 통해 운영능력을 키워드리고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지원해드리고 있어요.”
현재 헤펠레 목공방 창업 36기 교육이 진행 중이다. 주 4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반까지 정규 교육을 진행하며 창업자세, 공방 마케팅, 가구 하드웨어와 페인트, 목공기계·공구 사용법, 가구 설계법, 스케치업 및 캐드 프로그램 사용법, 공방 회원 운영법, 가구사진 촬영법 등 다양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 수료 후에는 점포 준비부터 오픈까지 담당자가 업무지원을 해주며 오픈 이후에도 세미나, 방문, 이메일,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자재들을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해준다. 각 공방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도 본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로열티는 없다. 말 그대로 헤펠레 목공방 사업은 원목 주문가구 제작 및 체험형 목공교실을 통한 서비스 제공 차원이며, 선진 유럽식 가구와 기능적이고 친환경적인 가구를 통한 생활문화의 질적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성공요인 4
카탈로그 제작…
입출고와 물류 시스템 배울 만
더 나은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1971년부터 각 제품별로 카테고리를 나눈 종합카탈로그를 24개 언어로 제작, 배포하고 있다. 일부 독자 사업 분야의 경우에는 헤펠레코리아에서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공급 아이템들에 대한 각종 카탈로그를 제작하고 있고, 홈페이지에도 카탈로그를 올려 누구나 열람,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쇼핑몰에서도 상세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또한 현장에서는 인천과 부산지역의 영업지점을 운영하면서 각 지역의 고객에게 보다 빠른 서비스를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헤펠레코리아 곤지암 본사와 함께 1,700㎡ 규모의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총 1,700여 팔레트의 저장 공간에 70,000여 아이템의 상시 재고를 보유하고, 토탈 패키징 서비스를 위한 체계적 입출고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주문 후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 배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국내에 없는 자재라도 세계 각 지점망을 통해 7~10일 사이에 항공 조달이 가능한 빠른 물류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고객의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주문 포장 방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헤펠레 독일본사의 나골드 물류센터는 현재 13만 개의 저장 위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첨단 물류시스템인 자동 피킹 시스템(Automatic Picking System)을 도입해 매일 25,000여 아이템 120톤의 물량을 전 세계 150여 개 국가로 출고하고 있다. 또한 주문포장 공급도 가능하며 수요 예측 재고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성공요인 5
저질의 쓴맛은 오래 남음을 기억하라
헤펠레는 고객의 믿음을 위해 ‘작은 것에 충성하라’는 마음가짐 아래 독일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취급한다. 그래서 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약간 높지만 그만큼 품질이 보장되며 A/S 비율도 매우 낮다. 이를 나타내는 헤펠레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싼 맛의 달콤함은 금방 잊혀지나 그 저질의 쓴 맛은 오래 남습니다’
2003년, 헤펠레 그룹 최초의 여성 CEO 지뷜레 티어러(Sibylle Thierer)가 취임했다. 기존의 헤펠레는 딱딱한 느낌의 하드웨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마케팅 방식을 사용한 반면, 지뷜레 티어러는 고객이 직접 하드웨어의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회 방식을 바꾸고, 전시 가구의 디자인과 세팅까지 신경 쓰는 ‘감성적 경영’을 진행 중이다. 헤펠레는 변화하고 있다.
글 _ 장여진 · 사진 _ 김진수, 헤펠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