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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의 색(色), 브랜드 컬러의 비밀




21세기는 컬러마케팅의 시대


인간의 인지능력과 정보의 습득은 80%이상이 시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에 앞서 짧은 시간,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한 사물의 이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소(IC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초기 90초 안에 잠재적으로 결정되며 상품이 좋고 싫다는 판단의 60~90%가 제품의 색상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요즘, 세계의 기업들은 색을 통해 고객의 니즈(needs)를 창조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컬러마케팅(Color Marketing)’이다. 컬러마케팅이란 브랜드와 제품의 컬러를 이용해 소비 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 기법으로, 제품의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색으로 정해 판매 증대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컬러마케팅의 시초는 1920년 미국 파커(Parker)사의 빨간색 만년필이었다. 당시 만년필은 권위와 신분의 상징으로 대부분의 만년필의 색깔은 검은색이거나 갈색이었고 여성용의 경우에도 형태만 가늘 뿐 컬러는 비슷했다. 한 여성직원이 립스틱에서 연상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빨간색 만년필은 대대적인 인기를 끌면서 엄청난 매출신장을 불러왔다. 요즘은 다양한 색깔의 만년필이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 파커사의 사장은 이를 “지동설을 주장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심정”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21세기에 들어 문명의 기반이 활자매체에서 점차 영상매체로 변화하며 오랜 시간 동안 기술과 형태(形)에만 매달리던 기업들이 이제는 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갈수록 평준화되는 제조기술에 따라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도 색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21세기 현재 컬러마케팅은 기업의 보편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노랑 빨강 파랑… 다양한 색깔이 가진 의미


브랜드의 색상은 그것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중요한 컬러마케팅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며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상징한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많은 금융기관의 브랜드 컬러로 파랑이 쓰이는 이유는 이런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전해야 하는 브랜드 가치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색상에 따라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르며, 기업들은 각각의 컬러가 나타내는 의미를 이용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고 있다.


 

초록(Green)


초록색은 모든 색채 중에서 가장 조용한 색이다. 초록을 대표하는 것은 나무이며 나무가 사라진 곳은 죽음과 불모를 의미한다. 그래서 초록은 희망·생명·생존의 상징이기도 하다. 초록색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스타벅스다. 1971년 창립된 스타벅스는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도시인들이 즐기는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로써 탄생한 스타벅스의 초록색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까지 부여했다.

그린웍스


미국 공구제조업체 그린웍스는 브랜드명에도 ‘그린(Green)’이 들어있듯 초록색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한다. 초록색을 브랜드명과 컬러에 사용하는 이유는 친환경적인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산업공구의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그린웍스는 배기가스를 일으키는 엔진 제품 대신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여 환경 문제를 예방한다는 기업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 종류의 배터리로 전동공구는 물론 정원용공구, 전정공구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에 사용이 가능해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도 막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이런 노력을 소비자들이 알아줘서인지 미국 공구배터리 시장 1위 점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 ㈜경진이레 영업부 김세원 부장




노랑(Yellow)


국제적인 인권보호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의 로고색은 노랑과 검정이다. 노란색은 따뜻함, 행복함, 젊음 등을 상징한다. 또한 봄의 노란 개나리처럼 새로운 희망과 힘을 뜻하는 색이며 어린이를 상징해 쾌할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색이기도 하다. 에스오일(S-Oil)은 노란색을 기업의 색으로 사용하여 정유회사의 컬러를 대표하는 색으로 자리잡았다. 멀리서도 운전자들 눈에 잘 띄는 노랑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주며 밝고 경쾌한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코메론


측정공구 브랜드 코메론은 사업 초기, 서구 문화권의 공구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밝은 노랑에 검정색을 제품의 CI컬러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2004년 CI개선작업을 거치며 좀 더 정확하고 견고한 느낌을 주는 색채의 노란색으로 제품의 색을 교체하게 되었다. 또한 코메론의 워드마크는 영문 KOMELON의 LO에 줄자 이미지를 단순화하여 삽입하였는데, 교체된 색상은 이 워드마크 이미지에 어울리는 CI컬러로 선택된 색상이다.
/ 코메론 디자인팀 김창현 주임
 

스탠리, 디월트


전동공구와 측량공구 전문 업체 스탠리는 2014년 6월, 브랜드 컬러를 기존의 회색에서 노란색으로 변경했다. 이 노란색은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스탠리의 정신이 반영된 색상이다. 노란색은 현장에서의 ‘주의’를 의미한다. 낙상, 찰과상 등 안전사고가 항상 내재되어 있는 전동공구 작업장의 위험 요소들을 방지하기 위해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을 브랜드 컬러로 채택했다.
전동공구 시장에서 스탠리의 시원한 노란색(Cool Yellow)은, 마찬가지로 스탠리블랙앤데커 계열사인 디월트의 따뜻한 노란색(Warm Yellow)과 함께 이제는 안전의 의미를 넘어서 전문가의 색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 스탠리블랙앤데커 전동 담당 이민규 과장
 

카처


고압세척기 전문 회사 카처의 기본적인 브랜드 컬러는 노랑과 검정이다. 업체의 성장기에는 노랑과 검정으로 모든 제품의 CI컬러가 설정되어 있었지만 산업용 장비의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카처의 산업용 제품은 산업 현장에서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짙은 회색인 흑연색 위주에 노란색이 약간 포함되는 색상으로 변경되었으며, 가정용 제품은 노란색 위주의 색상으로 확정되었다. 이러한 색상 구분은 고객이 색상만으로도 혼동하지 않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현장에서 사용 시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 카처코리아 마케팅팀 김윤아




주황(Orange)


주황색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렌지, 비타민, 활력, 유쾌함, 따뜻함이다. 열대 과일이나 이국적인 꽃과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주목을 끌고 싶다거나 창조적이고 파격적인 감각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되는 색이기도 하다. 주황색을 브랜드 컬러로 선택한 업체로는 SK를 들 수 있다. 주조색인 주황색을 바탕으로 붉은 색과 흰색을 사용하는 SK의 브랜드 컬러는 활동적이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고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효과를 발휘한다.
 

벡셀


벡셀 건전지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주황색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벡셀은 활력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주황색을 브랜드 컬러로 설정해 배터리가 상징하는 힘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주황색을 이용해 고객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 역시도 유도하고 있다.



 

파랑(Blue)


파란색은 바다나 하늘이 연상되어 평온한 이미지를 주는 색상이다.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의 컬러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삼성, IBM, GE, 인텔, 노키아, 필립스 등과 같은 글로벌 전자제품 브랜드의 대부분이 블루 컬러다.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인 파랑은 인간의 정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색이며 자기 확신·믿음·생명력 등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 선정 1000대 기업 가운데 70%가 파란색 로고를 채택하고 있다.
 

보쉬


독일 최대의 전동 공구 전문업체 보쉬의 창립자 로버트 보쉬의 “고객의 신용을 잃느니 차라리 돈을 잃겠다”라는 말은 오늘날까지도 보쉬의 품질 혁신적인 기술력,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쉬에서 출시되는 전동 공구를 감싸고 있는 파란색 계열의 색도 이런 보쉬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CI컬러로 인정받고 있다. 보쉬는 고품질, 혁신성, 신뢰선과 정밀성 등을 제품개발 전략 및 제품 지향성으로 세우고 있는데 이런 기업의 전략이 제품디자인과 컬러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토


종합공구 브랜드인 스마토의 브랜드 컬러는 블루다. 세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러인 파란색을 선택해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자 했다. 그와 함께 수작업 공구가 중심인 스마토의 안정성과 희망적인 긍정의 이미지를 ‘스마토 블루’컬러를 통해 나타냈다. 푸른 이미지로 작업장 뿐 아니라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수공구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는 것도 컬러 선택의 이유다.
/ 크레텍책임 디자인연구소 이형윤 소장



 

빨강(Red)


빨간색은 모든 종류의 열정을 대표하는 색으로 힘차고 역동적이며 강렬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 국기에서 빨강은 박애를 상징하듯 상당수의 공익단체 로고와 공익광고에서 빨강은 희생과 박애를 나타낸다. 대표적으로 적십자 마크의 빨강이 그러하다. 상업 브랜드중에서 빨강을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바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로고 서체와 빨간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코카콜라를 상징해 눈으로만 봐도 시원하고 톡 쏘는 코카콜라의 맛을 연상케 한다.
 

계양전기


전동공구 제조업체인 계양전기의 브랜드 컬러는 강력하지만 기품 있는 계양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빨간색인 ‘계양 레드(Keyang Red)’를 전용 색상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붉은 색의 브랜드 컬러를 통해 전동공구가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형상화하려 한다.
/ 계양전기㈜ 마케팅팀 광고홍보담당 김성
 

세신버팔로


세신버팔로의 붉은 색 브랜드 컬러는 제품에 사용되던 색상에서 가지고 와 역으로 정해진 컬러다. 수공구의 손잡이 그립 등 과거 제작되던 공구에는 빨간 색이 많이 사용되었다. ‘공구’ 하면 떠오르는 빨간 색깔을 세신버팔로는 브랜드 컬러로 채택했다. 거기에 열정과 진취적인 느낌을 주는 붉은 태양을 이미지화해 로고에 삽입했다.
/ 세신버팔로㈜ 디자인팀

글 _ 이준하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