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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조사, 유통사, 소매상 영업맨 ‘나만의 노하우 공개’






‘선수들’ 앞에서 말로 설득하지 말라

2년 연속 전국 최우수 영업사원


계양전기 대전영업소 김주형 부소장







“아휴~ 영업에 달인이 어딨겠습니까.”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몸 둘 바를 모른다. 안경을 쓴 단정한 외모에 서류가방을 든 모습은 뭇 영업사원들과 다르지 않다. 말주변이 뛰어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달인’보다는 ‘평범’에 가깝다. 그런데 국내 최고 전동공구 회사 계양전기에서, 2013·2014 2년 연속 전국 최우수 영업사원으로 꼽혔단다.


영업은 거래처가 관리가 아닌 ‘사람’ 관리

흔히 기업의 꽃은 ‘영업’이라고 말한다. 최일선에서 뛰는 영업 사원들의 역량이 그 기업의 발전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반면 가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치열한 국내 공구 시장, 그 중에서도 더욱 치열한 전동공구 시장에서 꾸준히 실적을 올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 계양전기 대전영업소 김주형 부소장은 벌써 두 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대전, 충북, 충남을 아울러 현장을 뛰느라 하루가 짧다는 그를 대전영업소에서 만났다.
영업의 달인은 말을 잘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신중한 표현을 고르며 한 마디 한 마디 진솔하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신뢰감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제조사 영업사원들은 신규 대리점을 발굴하고 기존 대리점을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곳 대전영업소는 대전을 포함한 충청남북도의 70여 대리점을 관리하고 있다.
“원래 대구에서 10년 동안 있다가 2013년에 대전으로 발령 받았어요. 올해로 3년째죠. 처음에는 낯선 지역에 적응하느라 난감했어요. 한편으론 오히려 그게 더 자극이 됐던 거 같아요. 기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더욱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일단 한 곳 한 곳 찾아뵙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영업은 신규 거래처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업체’가 아닌 ‘사람’ 유지가 관건이라고 답한다. 영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그의 기본 철칙이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를 토대로 정리한 ‘김주형 식’ 영업 노하우.
 

노하우1 사장님 스타일을 파악하라

사장님마다 스타일이 전부다 다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말 없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관건. 때에 따라 ‘사장님’보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더 나을 때도 있다. 거래 형태에 따라 일반 소매대리점과 온라인 대리점도 스타일이 다르다. 특히 온라인 소매점은 대량 구매보다 실시간으로 소진되는 양에 따라 거래가 오가므로 실시간 체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것을 지나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결혼기념일, 생일 등을 달력에 미리 체크해 두고 축하 문자메시지나 케이크나 빵, 여름에는 수박 한 덩어리라도 챙긴다. 사소하지만 이런 정이 사람 사는 맛이고 일하는 재미 아닐까. 대부분의 공구상 사장님들이 카톡보다 문자메시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문자메시지로 안부나 신제품 정보를 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노하우2 밀어내기는 금물, 부담 주지 않아야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영업사원과 거래처 양쪽 다 매출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럴 때는 부담을 드리지 않는 게 최우선. “요즘 힘드시죠, 다음에 좀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한두 번은 강압이 먹힐 수 있지만 ‘밀어내기’ 영업 방식은 마지막에 역효과를 낳는다. 사장님들도 사람이다. 조근조근, 과하지 않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면 나중에 다 알아서 챙겨주시더라. 사장님들도 매출 못 올려줘서 미안해 하는 게 눈에 보인다. 한 걸음 물러날 줄 알아야 두 걸음 나아간다. 무리하면 신경질만 나고 악감정만 남는다.

노하우3 신제품 팔려면 장단점 확실히 알고 가라

현장 가서 말조심하는 걸 많이 걱정하는데 그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신제품을 대하는 태도다. 사실 영업사원보다 사장님이 제품의 성능과 장단점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 상품이 최고다, 제일 좋다는 식의 ‘말’로 설득하려고 하면 먹히지 않는다. 실제로 설명을 길게 해야 할 만큼 특별한 공구가 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바쁜데 길게 설명하기보다 가급적 핵심 위주로 짧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또 제품이 나오면 일단 A/S 지정점에 물건을 들고 가서 보여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숙련된 기술자들은 척 보면 딱 안다. 거기서 받은 조언을 바탕으로 특장점을 파악하고 현장에 뛰어든다.

노하우4 상대방 눈망울에 진실이 있다

신규 대리점 요청이 왔을 때 영업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은 갈등하는 경우가 생긴다. 상대방의 자금력이나 판매력 등을 검증하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일단 주위 평판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할 때는 상대방과 깊이 대화하면 답이 보인다. 얼마나 사업에 열정이 있고 공구에 애정이 있는지, 눈망울 속에 진실성이 보인다. 실제로 대구에서 영업할 때 Y기계상사에서 대리점 요청이 왔다. 가게도 없이 주택에서, 게다가 덩치가 큰 엔진 기계 거래를 원해 덜컥 겁이 났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는데 1년 반 동안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것에 반했다. 나중에는 월 매출 10억까지 올리는 거상이 됐다.

노하우5 건강관리와 하루반성으로 자기계발 

어느 분야든 자기계발이 필수다. 첫 번째는 건강. 일주일 두세 번 저녁마다 수영을 꾸준히 한다. 건강도 관리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끼리 대화하다보면 배울 점도 많다. 공구업계 사람만 만날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 인맥도 긴 인생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자기 전 하루 일과를 반성하는 것이 일상에 효과가 크다. 오늘 잘했던 일, 오늘 부족했던 일을 5~10분간 생각하고 잠이 든다. 이렇게 반생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실수할 위험의 순간에 딱 떠오르면 자제가 된다.
 

‘인간 김주형’을 전하고 싶어

김주형 부소장은 매일 아침 8시 출근 후 간단히 메일을 정리하고 곧장 현장으로 향한다. 대전 시내는 동선이 그나마 나은 편, 충청도 일대를 돌려면 시간이 빠듯해 목표한 곳을 다 돌기 힘들 때도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하는 날을 제외하면 밤 10시에 귀가한다.
“저는 사무직원들이 6시 칼퇴근하는 게 부럽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해봤어요. 내근보다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게 더 즐거워요. 사주팔자에도 앉아있는 팔자가 아니라던데 하핫. 물론 나가면 전쟁이죠. 총칼만 안 들었지 모두가 경쟁 상대니까요. 그렇지만 인상 쓴다고 일이 풀립니까. 즐겁게 대응해야 해야죠.”
최소한 ‘욕 안 먹는 영업사원’이 되고 싶다는 김 부소장에게 ‘당신에게 영업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어봤다.
“글쎄요... 저에게 영업은 ‘즐거움’인 거 같아요. 물론 적성에 맞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영업을 나갈 때 물건 팔러 간다는 생각을 안 해요. 그러면 상대방도 나를 물건으로 보거든요. 음... 감동까지는 몰라도 감성으로 소통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즐기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건을 파는 게 내 직업이긴 하지만 인간 김주형을 전하고 싶은 거죠.”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 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 한다고 했다. 자기 일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글·사진 _ 배선희





 

하루에 1억 8천 만원어치

줄자 판 달인의 노하우

 

코메론 국내영업팀 유인권 차장







경력 14년차다. 입사 이래 한 번도 영업매출이 감소한 적 없고, 10년간 악성채권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도 ‘영업 잘 하는 거 없어 부끄럽다’며 자기자랑 말고 회사자랑을 더 한다. 운이 좋았다며 웃음 짓는 눈가에는 40여 년 추억이 담긴 선한 주름이 드리워져 있다. 그제야 말한다. ‘1인3역 시스템 덕분’이라고.


 

비법1 다재다능 비결, 상품기획에서 판매까지

코메론 영업팀은 국내영업팀과 해외영업팀으로 나뉜다. 국내영업팀에는 유인권 차장을 포함해 영업직원 4명, 시각디자이너 1명이 있다. 영업팀에 디자이너가 있는 이유. 코메론 영업은 판매 업무만 하지 않는다. 상품 기획 및 개발, 마케팅, 판매까지 1인3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 1회 영업회의, R&D 연석회의, 생산계획회의를 진행하고 2~3달에 한 번은 전국적으로 영업관리와 시장조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하루가 짧다.
“8시에 출근해 아침청소 후 시각디자이너와 함께 패키징 등에 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영업활동은 주중에 주로 하고 6시 이후에는 기획 및 개발업무를 2시간 정도 하죠. 시장조사 후 아이템을 선정하고 R&D부서와 협의해 상품을 형상화해요. 그 후에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을 그리죠. 이런 업무들을 하다 보면 밤늦게까지 있을 때도 많아요.”
3명, 4명의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스케줄이 빽빽하지만 다양한 업무를 익히면서 영업 역량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팀 회의를 통해 개발한 페인트마카는 공구 사용자가 주로 쓰는 문구 제품인 점에 착안하여 공구 유통상으로 취급을 확대했다. 4년 전 개발한 작업용 NBR장갑은 밀착력과 활동성을 더해 현재 여러 판매상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시장을 파악하는 눈, 제품에 대한 이해, 판매 아이디어, 그리고 디자인 감각까지 여러 역할이 조화된 결과다.

비법2 손님까지 교육시켜라

2002년에 입사해 3년 반 만에 국내영업팀장이 됐다. 입사 전에는 대형할인점에서 공구를 포함한 생활잡화 부문 바이어로 일했다. 구매를 하다 판매 업무를 하려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또 국내영업을 총괄해야하니 부담이 컸다. 판매를 위해 제품을 자세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제품에 대한 믿음과 정보가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줄자를 만든 재료는 뭐고, 제조공정상의 특이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재료와 제조공정으로 제품은 어떤 특성을 가지게 되는지 전문가처럼 알아야 알려줄 수 있죠.”
많이 공부할수록 제품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코메론의 좋은 품질과 강점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어떤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하는 물건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공구상 사장도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물건과 더불어 지식까지 판매하는 셈이다. 알려준 만큼 그들은 손님에게도 똑같이 설명한다. 숨은 소비자까지 끌어내는 비법이다.

·사진 _ 장여진
 


 

“우리는 노학성씨 보고 거래해요”
 

크레텍 노학성 대리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고 그 사람의 성향이나 취향에 맞춰 공구를 파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공구유통업체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영업사원은 크레텍 웰딩의 노학성 대리다. 국내 최고의 영업사원이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키워드1 사고파는 것은 믿음에서 시작

노학성씨는 충남 당진과 서산, 예산 지역을 담당하는 크레텍 웰딩의 영업사원이다. 공구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계속해서 꾸준히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몇 년 간 계속해서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는 힘의 밑바탕은 바로 공구상 사장님들의 든든한 지지와 믿음이다.
“처음에는 전북 지역과 충남 당진, 서산, 예산 지역을 담당했어요. 담당 지역이 넓지만 각 공구상을 모두 방문 하려고 노력했었죠. 예를 들어 당진 같은 경우 1박2일 코스로 영업을 다니면서 거래처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잘 곳이 없으니까 공구상 사장님들께 좀 재워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보통 농촌 지역의 공구상은 집과 가게를 연결해서 함께 사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렇게 공구상 사장님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고 자제분들하고도 가까이 친해지고 친형처럼 미래 설계도 함께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러자 사장님들께서 인간적으로 잘해주시고 믿어주시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믿음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영업사원으로 인사를 드리고 무수히 공구상을 방문해 만나 뵙고 시간에 맞추어 납품이 어김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반복 되어야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키워드2 “알아보겠습니다”가 아닌 “알겠습니다”

“한 업체 사장님께, ‘저희한테 구매를 하시던 제품을 다시 주문을 왜 안하셨냐’고 여쭈니까 ‘자네 본지 일주일밖에 안되었고 자네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그런데 내가 자네에게 꼭 주문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그러시더라고요. 맞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그 공구상 재고를 먼저 파악하고 ‘여기에는 이런 이런 물건이 없습니다. 이런 물건이 여기에는 필요할 것입니다’그랬죠. 왔으면 왔다, 가면 간다고 꼭 인사를 하고요. 나중에 사모님이 덕분에 거래처가 필요한 걸 맞춰 줄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저를 믿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한 2년 걸린 것 같더라고요.”
공구상으로부터 믿음을 주기 위해 노학성씨는 많은 노력을 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공구상 사장님을 만나 식사시간도 갖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그리고 그 과정을 기쁘게 여기고 즐겼다고 한다.
“오기가 생겨서라도 공구상 사장님들로부터 믿음을 받고 싶었습니다. 영업사원과 공구상 사장님의 관계로 시작되었지만 일을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인정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말투와 행동부터 바꾸었지요. 공구상이 영업사원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잖아요? 그럼 내 선에서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투구 했어요. 알아보겠다는 둥 팀장님께 물어보고 연락드리겠다는 약한 말은 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물론 제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는 솔직하게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 드리고 진행했죠. 하지만 ‘알겠습니다’ 하고 내 선에서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짓는 것과 영업팀장님께 물어봐야 한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렇게 믿음을 받자 그는 담당지역의 주요 공구상 재고관리를 할 수 있었다.
 

키워드3 공구상 재고관리로 믿음에 보답해

“일단 저를 믿어주시는 중요업체는 저 스스로 그분들 창고를 파악했어요. 공구상 사장님들이 재고관리를 하려고 해도 다른 공구상과 비교해서 어떤 물건이 없는지 알기란 힘이 듭니다. 저는 다른 공구상에 들어가는 물품이나 또 어떤 물품이 많이 나가는지 알기 때문에 재고를 파악하면서 이 공구상에는 이런 제품군이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런 이런 상품이 빠졌는데요’ 하면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은 그냥 저에게 ‘알아서 주문을 넣고 상품이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하셔요. 그렇다고 아무 제품이나 추천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재고가 쌓이면 그것도 공구상 입장에서는 손해거든요. 공구상 사장님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될 때 추천을 하는 거죠.”
공구상 사장님이 영업사원에게 재고관리를 맡기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영업사원이 공구상에 쓸모없는 공구만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사원이 진심으로 공구상을 생각하고 재고관리를 해준다면 공구상의 매출에 그 이상 좋은 일도 없다.
 

키워드4 고객이 찾는 물건, 빌려서라도 확보

대형 공구유통업체의 배송 특성상 물건을 주문하면 하루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아주 급하게 물건을 찾을 경우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노학성 대리는 다른 공구상의 물건을 빌려서라도 고객이 급하게 찾는 물건을 확보했다.   
“업체에서는 급하게 물건을 찾는데 배달시간이 하루 정도 걸린다고 내일되어서야 받을 수 있다고 영업사원이 말하면 안됩니다. 다른 거래처에 있는 물건을 빌려서라도 건네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도 영업사원의 역량이에요. 적극적으로 해결해 드려야죠. 저는 공구상 사장님이 제게 월급을 주는 분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공구상이 잘 되어야 저도 월급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공구 유통사 영업사원은 단순히 회사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공구상 사장님과 함께 상생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_ 한상훈
 

 



영업체질 아닌 그가


탄탄 거래처 만든 노하우

 

대전 재현상사 박중현 대표 & 하재남 여사








대전 산업용재유통센터의 재현상사는 실험도구 측정도구와 더불어 각종 수공구 및 전동공구를 납품하는 공구상이다. 한국 과학 기술원, LG화학, 대덕 연구소, 대림산업, 한양과학기기산업과 같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 재현상사의 주요 거래처다. 아무런 연고 없이 이런 대형 거래처를 뚫고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 형성해 유지하는 비결.


 

비결1 포기 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자

1994년 재현상사를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매출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평판은 다르다. 박중현 대표가 특히 영업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의 말을 다시 들어 보았다.
“저와 대화를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영업적인 성격이나 영업체질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장사꾼과는 거리가 멀죠.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성격도 아니고요. 제게 주어진 생활이 영업이었기 때문에 저는 영업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끈기나 노력은 누구 못지 않죠. 그래서 첫 1년 동안 저는 가방에 실험에 필요한 소모품을 넣고 연구실을 찾아가 구매 담당자 분을 만나고 인사만 하고 돌아오는 나날이었어요. 그렇게 매일 인사를 하는 나날이었죠. 사실 그분들도 기존의 거래처가 있었는데 어떻게 저를 믿고 물건을 맡길 수 있겠어요. 그냥 매일 찾아가 연구직원이나 박사님들과 얼굴을 익혔죠. 다만 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찾아갔지만 물건을 사달라고 매달리지는 않았어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만 했습니다.”
매일 거래처에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찾아오는 사람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가 인사를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금방 가져다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1년이 지나자 마침내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전 박대만 안 시켜도 좋은 법이고, 인사를 받아 주는 사람만 있어도 반가운 법이죠. 그리고 1년 동안 매일처럼 자주 찾아뵈는 성실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법입니다. 1년간을 그렇게 인사만 하며 돌아다니자 연구소 직원분들이 하나씩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하더군요.”
 

비결2 힘들게 받은 주문은 더 없이 소중해

초창기 자본금 전혀 없이 집안 식구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재현상사는 작고 초라했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을 하겠다는 박중현 대표의 결심은 단단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1년 동안 인사를 드리고 영업을 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재현상사는 어느 공구상 못지않게 성장을 하기 시작한다.
“힘들게 영업을 해서 첫 주문을 받았으니 얼마나 그 주문이 소중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물건을 구해다가 고객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주게 되더군요. 단순히 받는 주문과 갖은 고생을 하고 난 후 받는 주문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고객의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더군요. 납기일도 정확하게 맞추게 되고요. 그렇게 한 연구소와 거래를 시작하니 그 연구소의 직원이 다른 연구소에 가서도 저희를 찾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손님을 물어오는 것이 되더군요. 그렇게 저희 나름대로 좋은 거래처를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객의 주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영업 노하우 중 하나입니다.”
 

비결3 친절하고 부드러운 관계유지가 중요해

재현상사의 박중현 대표가 거래처를 뚫는다면 거래처와의 관계를 항상 좋게 유지하는 것은 하재남 여사의 역할이 컸다. 사실 거래처를 유지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거래처가 사라지면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만 하고 매출에도 타격이 온다.
“전화나 방문이나 모두 소중한 고객입니다. 고객과의 소통 중에 저희가 큰 소리를 내거나 화를 내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경우가 없는 손님들도 있고 화가 난 채로 전화를 주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도 전화기를 내려놓을 때는 기분 좋게 서로 끊어야 합니다. 조용 조용히 차근 차근 말하면 화를 내던 사람도 부드럽게 말하기 마련입니다.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렸어요. 마음을 좋게 쓰면 계속해서 고객들이 붙어 있고 마음을 나쁘게 쓰면 사람들이 떠나가기 마련입니다.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고객을 위해 베풀어야죠. 고객을 통해 저희가 성장하고 생활이 가능한 것인데요. 그리고 누구는 싸게 물건을 주고 누구는 비싸게 물건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고객도 전부다 소중합니다. 누군가를 희생해 이득을 얻는 일은 없어요.”
아무런 인맥 없이 오직 성실성으로 대기업 납품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공기업이나 연구소 납품을 뚫은 것은 큰 재산이라고 한다. 공기업이나 연구소와 거래를 하면 각종 자료를 비롯한 많은 서류를 요구 한다. 그러나 재현상사는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여 대응을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이 재현상사의 영업 기법이다.

글, 사진 _ 한상훈
 


 

항상 시장에 눈뜨고 있어야

 

부산 신일엔지니어링 강효민 대표







작은 소매점으로 시작해 도매, 납품, 수입까지 40년간 공구만 파왔다. ‘공구인 1세대’ 강효민 대표(67)는 그만큼 노하우가 깊다. 분사식 면사벽지, 높낮이 조절베게 발명 특허도 있고, 한국 대표로 미국 시카고 전시회에 참여도 했다. 취미는 글쓰기. 왕년엔 운동도 잘 했다. 만능 공구인 강 대표의 영업비법은 뭘까.

 

비법1 나만 파는 특수공구를 취급하라

현재 서부산유통단지에 입점한 600여 개의 업체 중 하나. 신일엔지니어링이 취급하는 공구는 특별하다. 공압식/전기식 도장장비, 에어공구, 센딩기계/노즐/센딩복/카풀러 등 센딩장비, 분사식내장제 등 특수공구가 주요 품목이다. 같은 품목이라도 남들에게 없는 공구라 경쟁력 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도시는 전문공구상이 발달하고 있어요. 특수품목만으로도 수요가 많거든요.”
특이한 공구는 보이지 않는 영업비법이다. 전문성을 갖추니 한 품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제품을 보는 눈이 있으니 거래처가 자연스레 찾아온다.
이를 위해선 항상 시장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 거래처, 전시회 등 업계 곳곳에서 아이템을 발굴해야한다. 물건 생산 판매는 OEM 방식이다. 아이템이 채택되면 제조사를 선정한다. 이 때 해외서 기술력이 증명된 업체인지를 보는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제조사에서 생산된 제품은 테스트를 거쳐 OK 사인이 떨어지게 되면 그때부터 납품에 들어간다. 이 모든 일이 신일엔지니어링에서는 가능하다. 단, 기본적으로 공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공구 공부가 무조건 첫 번째, 다음은 어학능력이다.

 

비법2 큰 거래처 위주로 공략하라

이곳은 대기업 납품 위주다. 큰 업체 열 개 정도를 고정 거래처로 두고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거래처가 많을수록 업무가 많아지고 실질적인 수입도 없어서 우리 가게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형 업체 위주로 영업을 바꿔보니 인력도 아끼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어요.”
중소기업 납품, 소매까지 다양하게 거래했던 예전에는 6명이서 바쁘게 일을 했지만, 지금은 4명의 가족만으로도 여유 있게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영업활동도 더욱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남들이 한 번 영업 뛸 때 우리는 두 번 가는 거죠. 그러다보면 발주 하나라도 더 따오게 되는 거고.”
영업을 배로 신경 쓰면 거래할 확률도 두 배 높아지는 것. 당연한 이치지만 대기업을 고정 거래처로 사로잡은 덴 다 이유가 있다.

 

비법3 가족처럼 베풀면 되돌아온다

이곳 소매는 전 거래의 10%도 되지 않는다. 납품 위주다보니 오는 손님을 다 받지 않는다. 여기서 취급하지 않는 물품이나 재고가 부족한 것들을 찾으면 그가 알고 있는 좋은 업체를 추천해준다. 타 지역 공구상에서 이곳 특수공구가 필요하면 싸게 내주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 오면 많이 가르쳐줘요. 한 번 만나도 아들처럼 대해주지. 우리가 100원 받고 있는 것도 그 사람들이 필요한 건 10원, 20원 더 싸게 주기도 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닙니까.”
이곳서 판매를 도와주면 도움 받은 업체도 신일엔지니어링을 잊지 않는다. 서로 베풀다보니 자연히 다른 공구상들과 공생할 수 있다. 공구업계, 특히 특수공구를 취급하는 곳은 전국을 망라하고 그가 꽉 쥐고 있다. 발품을 파는 만큼 어디서 어떤 공구를 취급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삭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영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공구상연합회서 발을 넓히고, 지역 NGO단체 ‘부산을 가꾸는 모임’ 공동대표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지역사회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1994년, 부산에 르노삼성자동차를 처음 유치하게 된 것도 ‘부산을 가꾸는 모임’이 주도한 덕분이다.

 

비법4 아침에 계획을 세워라

영업 잘하는 핵심비법, 뭔지 물어봤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열심히’였다.
“부지런하고 신용을 지키면 되지 딴 게 있습니까. 열심히 살면 되지. 시간 나면 봉사도 하고.”
12시 취침, 5시 반 기상. 아침 30분 동안 커다란 종이에 기록하는 하루 계획. 철저한 자기 관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도 당당한 그의 노하우다. 글쓰기를 좋아해 과거 일기도 남겨놓았다. 다음은 1995년, 시카고 하드웨어쇼에 갔을 때 쓴 글이다. 신일엔지니어링은 한국 대표 14개 중소기업체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전시 첫날은 세계 각국에서 많은 무역상들이 모여 들었다. … 제품설명은 한국에서 영어를 외워 설명하고 실력이 딸릴 땐 미국 노사장과 Mr. Bell씨한테 소개해 주어 심도 있는 상담이 이루어지게 진행시켰다. … 돌아갈 때 Thank you, Good bye를 잊지 않고, 고개 숙이면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인과 많은 상담을 하여 수출이 잘 이루어질 느낌이 들어서 피로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 담배 한 갑 술 한 병 사지 않고 불룩한 가방 속에 미국전시장에서 공부하고 상담한 외국 카탈로그만 가득 들고 귀국길에 올랐다.’
철저한 준비와 고객을 대하는 매너. 공구를 사랑하면 답이 보인다.

글 _ 장여진·사진 _ 변한섭

 



생생 취재후기

 

“영업의 달인들 직접 만나보니…”







고수를 만날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 중에서도 기업 활동에 핵심인 영업 고수를 만난 경험은 기자에게도 특별하다. 전화 통화로만 상상한 이미지가 실제로는 어땠는지, 사무실에서 겪은 느낌과 현장에서 부딪히는 느낌은 또 어찌 달랐는지.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글 흐름상 다 쓰지 못한 인간미 넘치는 취재 뒷이야기를 짧게 나마 나눠본다.


 

말보다 마음이 좋아야 달인

 
그는 의외로 달변이 아니었다. 영업은 입으로 하는 거라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뜨렸다. 여느 영업맨 같은 깔끔한 옷차림 너머 조근조근한 말투와 조용한 목소리, 기본적으로 배어 있는 수더분한 사투리가 오히려 친근감을 더했다. 먼 길 찾아온 기자에게 유려한 말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해하며, 가는 길 택시라도 손수 잡아주려는 세심함은 평소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쉽사리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태도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돈이나 실적은 저절로 따라 온다는 진리를 달인들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내 일과 내 삶에 조용한 미소를 보낼 줄 알기에 상대방의 삶도 똑같이 존중할 줄 아는 그들. 깨달음을 주는 달인들에게 아낌 없는 감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 배선희


 

영업맨에 대한 편견은 버려

보통 우리가 가진 영업맨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다. 항상 유쾌하게 웃으며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면서 동시에 속으로는 계산하는 이미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밝고 유쾌한 사람이라기보다 친절하고 듬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크게 밝지 않고,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았다. 우리가 만난 일류 영업맨은 점잖은 느낌의 믿음이 가는 사람이자 타인에게 받고 있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계산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고객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라도 더 주려는 마음씀씀이가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싫어하래야 싫어할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 한상훈


 

영업의 달인은 겸손해

잘한다고 ‘허세’떨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제품에 대해서도, 업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다. 작은 공구 하나도 제품을 이루고 있는 성분은 뭔지, 누가 어떻게 쓸 지도 미리 파악해둔다. 전국을 누비며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제품의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어떻게 개선하면 거래처가 좋아할 지 파악하는 눈이 있다. 배운 것은 상대에게 아낌없이 가르쳐준다. 영업의 달인은 겸손한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하루아침에 영업노하우가 쌓이는 게 아니니까.
-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