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1년만 미쳐라] 왜 1년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 이렇게 말한다.
“1년만 미쳐봐” “딱 1년만”
그런데 왜 하필 365일일까?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연구(다이 & 올빅, 2014)에 따르면 사람은 특정 시점을 시간적 이정표(Temporal Landmark)로 인식할 때 변화 의지가 높아진다. 그중 가장 강력한 이정표가 새해의 시작이다. 연초가 오면 사람들은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준비가 된다. 운동을 시작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행동이 연초에 집중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즉, 1년은 심리적으로 가장 강력한 새 출발 지점이다.
행동 변화를 구성하는 주기는 보통 실행 → 반복 → 관찰이다. 이 주기가 작동해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려면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자, 통역사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뇌가 실제로 두꺼워지고 발달하는 것도 수개월~1년의 집중 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너무 짧으면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너무 길면 의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1년은 변화가 가시화될 만큼 충분히 길면서도 끝이 보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최적의 시간 단위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제도적 흐름은 1년 단위로 구성된다. 학사 일정, 회계 기준, 인사 평가, 사업 목표, 공공정책의 시행과 검토까지 모두 연 단위 주기로 돌아간다. 따라서 개인의 목표 설정도 자연스럽게 사회의 1년 주기를 따르게 되고, ‘1년 = 한 챕터’라는 구조적 인식이 형성된다.
직장·사업·시험 준비 등 대부분의 성과는 분기 단위의 중간 점검, 1년 단위의 평가로 이뤄진다. 즉, 사람이 성취를 체감하고 보상을 받는 시점 또한 1년 단위로 정렬되어 있다. 변화의 선순환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시간 역시 보통 1년 전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1년은 길지 않다. 하지만 충분하다.
오늘 시작한 그 1년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다.
인물

1905년, 스위스 특허청 직원이던 26세의 아인슈타인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 연구자였다. 그러나 그는 단 1년 동안 광전효과(양자 개념 확립), 브라운 운동(분자 존재 증명), 특수상대성이론을 포함한 네 편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한다. 이 365일의 몰입은 현대 물리학의 기틀 전체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 되었고, 평범한 청년이 과학사의 중심으로 뛰어오르는 기적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2001년,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정점을 찍던 드웨인 존슨은 과감하게 배우 전향을 선언한다. 그는 첫 1년 동안 하루 4~5시간의 웨이트 트레이닝, 이미지 구축을 위한 식단 재정비, 발성·대사·표정 연기 레슨, 수십 개의 오디션을 반복하며 자신의 외형과 태도, 커리어 방향성을 완전히 재설계했다. 그 강도 높은 1년 끝에 그는 《스콜피온 킹》(2002) 주연을 따내며 첫해부터 500만 달러 출연료라는 신기록을 세우고, 본격적인 글로벌 액션 스타의 출발점을 만들어냈다.
스포츠

2007년까지 볼트는 잠재력은 컸지만 부상과 불안정한 스타트 때문에 ‘불완전한 천재’로 불렸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코치 글렌 밀스와 함께 100m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을 결정한다. 그는 스타트 반응 속도, 코어 안정성, 체중 조절, 주법 교정 등 스프린터에 필요한 요소들을 1년 동안 전면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08년 5월 100m 9.72초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69초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200m와 4x100m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단 1년 만에 불완전한 천재에서 역사상 가장 빠른 인간으로 올라섰다.

2024년, 변재영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17세 이하 남자 자유품새에서 우승하며 품새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아크로바틱을 하던 경험을 품새 동작과 결합하며, 그는 회전·공중 기술의 정확도와 표현력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고강도 루틴을 이어갔다. 발차기 안정화, 체력 강화, 고난도 공중 동작 반복 훈련을 꾸준히 수행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고등학생 선수들을 제치며 실력을 증명했다. 그 1년의 밀도는 세계대회 결선에서 3m 점프 후 8회 연속 발차기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장면으로 폭발했고, 그는 단숨에 차세대 품새 에이스로 떠올랐다.
영화

빌리는 광산촌에서 복싱을 하던 평범한 소년이었지만, 우연히 시작한 발레에 마음을 빼앗기며 1년 동안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족의 반대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매일 연습을 멈추지 않고, 서툰 동작에서 점차 기술과 표현력을 갖춘 진짜 무용수로 성장해 간다. 그리고 그 1년의 끝에서, 마침내 영국 로열 발레 스쿨 오디션에 합격하며 전혀 다른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열어젖힌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은 사계절 동안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네 자매가 겪는 사건과 성장을 보여준다. 메그는 허영심을 내려놓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배우고, 조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분명히 하며 독립적인 삶을 준비한다. 베스는 병약함 속에서도 가족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고, 에이미는 미술적 감각과 품위를 갖춘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간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쌓인 경험들은 네 자매를 이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만든다.

1년은 52주, 365일, 8,760시간, 31,536,000초. 연봉을 기준으로 1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1시간, 심지어 1초까지도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평소 무심코 흘려보내던 시간조차 하나하나가 값비싼 재화처럼 느껴진다. 결국 1년을 팔 수는 없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오늘 하루,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앤드류 니콜 감독
아만다 사이프리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출연
근미래, 사람의 팔뚝에 ‘시간 바코드’가 찍히고, 남은 시간이 곧 화폐가 되는 세상에서 생존과 불평등한 시스템에 맞선다.

보리스 쿤츠 감독
코스챠 울만, 코린나 커치호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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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