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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설록 ‘공짜 마케팅




제주 오설록 '공짜 마케팅'

인구 60만 명의 제주도. 그러나 한 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그 두 배에 달한다. 비행기와 배를 이용하여 최남단까지 오다 보니 제주도에서 2박 3일은 기본. 자연스레 제주도 관광 업소들은 관광객을 잡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투를 벌이게 된다. 예전에는 음식점과 숙박업이 주종이었지만 최근에는 테마파크와 첨단오락시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중 ‘오설록’이 눈에 띈다. 산중턱 녹차 밭 하나로 출발해, 유기농 녹차 제품, 녹차 테마파크, 코스메틱 카페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설록’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기까지 오랜 시간 쌓아올린 그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알아본다.



무료로 사람을 모으고 낙수효과를 노려라


오설록은 34년 전인 1979년에 아모레퍼시픽에서 제주에 24만 평의 녹차 밭을 조성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제주도 서부 산중턱에 드넓은 녹차 밭을 만들고 유기농 재배를 하였다. 주변 경관이 좋고 탁 트인 녹차 밭의 신선함 덕분에 관광객이 찾아왔다. 스스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이곳에 녹차 박물관을 만들었다.
제주도에 있는 대부분의 테마파크에서는 입장료를 받는다. 그러나 오설록은 녹차 밭과 녹차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했다. 아름다운 녹차 밭 풍경을 무료로 볼 수 있어서 관광객이 나날이 늘어 갔다. 오설록은 한 발 더 나아가 녹차 박물관 건물에 녹차 카페를 만들어서 녹차 음료를 마시면서 녹차 관련 상품을 기념품으로 사게 했다. 녹차밭으로 사람을 모으고 녹차 카페로 매출을 올리는 부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트렌드는 살리고 기존 산업은 접목하라


오설록의 녹차 카페에서는 커피숍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녹차 관련 음료를 서비스한다. 많은 사람에게 빠른 시간에 음료를 판매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스타일로 녹차를 내리는 것이다. 녹차 라떼뿐만 아니라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베이커리 등을 개발해서 오설록만의 녹차 카페를 만들었다.제주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녹차 문화를 만들기 위해 추사 김정희와 녹차의 연관성도 찾아냈다. 추사가 제주도에 9년 동안 유배당했을 때도 녹차를 즐겨 마셨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추사 유배길 코스에도 오설록이 참여했다. 녹차 체험장인 티 스톤(Tea Stone)에서는 추사가 차를 마시던 방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실패한 콘셉트는 과감히 바꾸라


아모레퍼시픽에는 ‘이니스프리’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이니스프리(Innisfree)는 영국 시인 옛츠의 시에 나오는 낭만적인 꿈의 섬이다. 그래서 이니스프리 화장품초기에는 ‘지중해’ 풍이라는 콘셉트로 지중해에서 나오는 원료의 향을 주로 썼다. 그런데 지중해를 선호하는 고객층이 넓지 않은 데다 제품도 큰 차별성이 없어 반응이좋지 않았다. 판매는 부진했고 경영 상태도 나빠지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콘셉트를 청정 자연 이미지인 ‘제주도’로 바꾼 것이다.화장품 연구소를 제주도로 옮기고 화장품의 소재와 향을 바다와 자연에서 자생하는풀과 나무에서 찾았다. 오설록 녹차 밭에서는 녹차를, 한라산 삼나무 숲에서는 피톤치트를 이용하는 화장품을 만들었다. 가파도 청보리에서도 소재를 찾았고 자연발효되는 콩도 소재로 삼았다. 바다에서는 미역과 모자반에서 원료를 추출했다. 화산석에도 주목했다. 화산송이는 화산 폭발 시 점토가 고열을 받아 화산석으로 변한 돌인데, 음이온을 방출하여 양이온을 띠고 있는 피부 속 노폐물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점에 착안하여 만든 화산송이 머드팩과 모공마스크 제품은 아름다운 피부를 꿈꾸는 여인들에게 사랑받아 일시적으로 품절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제주도’로 콘셉트를 바꾸자 히트 상품이 속출하고 매출도 급증하였다. 2013년에 다른 중저가 화장품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지만 이니스프리는 5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창조적 고객 접점을 만들라


제주도를 주제로 한 화장품들이 성공을 거두자 이니스프리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오설록에 오는 100만 명의 고객들을 매료시킬 코스메틱 카페를 만들었다. 오설록의 녹차 박물관에는 녹차 관련 음료밖에 없어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냥 흘려보내야 했다. 그래서 녹차 박물관 옆에 이니스프리 커피하우스를 만들되 화장품과 커피를 연결하는 카페를 만들었다.
녹차 밭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사면을 유리로 디자인한 카페에는 커피숍과 화장품 체험, 비누 만들기 체험 공간을 배치했다. 젊은 여성들이 이니스프리 하우스에 머물면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품을 체험해 보는 창조적인 고객 접점이 탄생한 것이다



오설록에서 배우는 마케팅 레슨 세 가지


첫째, 줄 것은 무료로 주고 매출은 다른 곳에서 내라.
20만 평이 넘는 녹차 밭의 아름다운 풍광은 관광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매출은 녹차 카페와 기념품 판매장에서 올리고 있다.
 
둘째, 멀리 보고 투자하라.
30여 년 전 제주도 자연 환경에 투자를 하고 녹차 재배를 시작했다. 이후 녹차를 생산하여 상품화하고 관광 명소로 만들어갔다. 녹차 테마파크 성장과 함께 주변에 다른 테마와도 접목시켜 관광 명소가 되었다.
 
셋째, 서비스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라.
1차 산업인 녹차 밭에서 그치지 않고 여기에 박물관을 만들어 볼거리를 늘리고 녹차카페를 만들어서 서비스 산업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화장품은 2차 산업이지만 화장품과 커피를 결합한 코스메틱 카페를 만들어 매출을 올리고 판촉 효과를 높이고 있다. 녹차는 1차 산업과 3차 산업을 결합한 4차 산업을 만들고, 화장품은 2차 산업과 3차 산업을 결합하여 5차 산업을 만들었다